데칼코마니인가?
LG 외국인 우투수 코리 리오단이 시범경기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리오단은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61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지난 경기만큼 제구력이 안정적이지는 않았으나 위기를 잘 극복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로써 리오단은 지난 두 경기동안 8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1.13을 마크했다.
투구 메커니즘을 보면 지난해까지의 벤자민 주키치가 떠오른다. 던지는 손은 다르지만 디딤발과 축발이 대각선을 향하고 그립을 숨겨서 나오는 디셉션도 있다. 구종 또한 주키치처럼 투심과 커터를 구사, 내야 땅볼 유도에 최적화되어 있다.

리오단은 자신의 투구 스타일에 대해 “어릴 적부터 크로스해서 던지곤 했다. 이 투구폼으로 던진지 오래 되서 이제는 바꿀 수 없는 상태다”고 웃으며 “자연스레 디셉션이 된다. 그래서 구종을 숨길 수 있다”고 밝혔다.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것을 두고 “내 투구이론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빠르게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다”며 “땅볼 유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플라이아웃이 많이 나오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는 땅볼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LG 노석기 전력분석팀장 또한 리오단의 공에 대해 “투심과 컷은 물론, 포심도 무빙이 있다. 상대 타자 배트를 빗맞게 할 수 있는 공이다”고 리오단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일단 구속에서 리오단이 우위에 있다. 주키치의 패스트볼이 140km 초반대를 형성했던 것에 반해 리오단은 시범경기임에도 140km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최고 구속도 지난 NC전과 이날 한화전에서 146km를 찍었다. 본격적으로 시즌에 들어가고 날씨가 따듯해지면 150km 이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의 궤적과 희소성은 주키치가 낫다. 투구시 몸을 비트는 정도도 주키치가 더 크며 좌완이라는 이점도 있고 타점도 더 높다. 2011시즌과 2012시즌 주키치의 컷 패스트볼은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구였다. 리오단의 우타자 기준 몸쪽을 파고드는 투심의 각도도 날카롭지만, 아직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주키치는 LG 프랜차이즈 처음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외국인투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제구와 구위 모두 난조에 빠지며 일찍이 2군에 내려갔고 재기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LG는 주키치의 대체자로 리오단을 낙점했다.
리오단은 “주키치가 작년까지 LG에서 뛰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며 “한국 타자들에 대해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공부할 것이다. 개막 후 치러질 25경기서 잘 던지고 싶다”고 코리안드림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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