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이병규 맹활약’ LG 외야진 전쟁 돌입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17 06: 43

“후배들이 선배를 잡아 먹으려는 듯 달려들더라.”
LG 주장 이진영은 지난 5일 약 50일의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후배들의 성장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진영은 “후배들 모두가 주전 자리를 꿰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었다. 나를 비롯한 베테랑들이 자연스레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이번 스프링캠프최대 수확을 후배들의 성장이라 평가했다.
사실 아무리 후배들의 성장이 눈부시다고 해도, 이진영을 비롯한 LG 주전 외야진의 자리는 굳건해보인다. 2013시즌 타격왕 이병규(9번)와 리드오프 중 가장 높은 타율을 올린 박용택, 그리고 이진영까지 세 자리는 이미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셋 모두 지난해 타율 상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수비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이진영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송구 능력을 자랑하며, 이병규(9번)의 타구 포착 능력 또한 건재하다. 박용택도 2년 동안 꾸준히 중견수로 나서면서 수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시즌 중 셋 중 한 명이 지명타자로 빠질 수는 있으나, 베테랑 3인방이 외야진의 골격은 형성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막강한 도전자가 나타났다. 빼어난 재능에도 좀처럼 팀의 중심으로 성장하지 못하던 정의윤과 이병규(7번)가 시범경기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둘 다 16일 대전 한화전까지 타율 5할(10타수 5안타)을 기록 중이다. 이병규는 15일 한화전에서 결승 2루타를 터뜨렸고, 정의윤은 이틀 동안 홈런 3개를 작렬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들의 활약이 가치 있는 것은 겨울 동안 팀 내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입단한 정의윤은 프로 10년차, 대졸 이병규는 9년차다. 하지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신예선수들이 가득한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작년 11월 짐을 싸 한 달 동안 일본 고치로 떠났고, 12월에는 체력테스트에 대비해 뛰었다. 그리고 1월 중순부터 50일 동안 애리조나와 오키나와를 오갔다. 그야말로 겨울 내내 야구만 했다.
이병규는 빼어난 스윙과 컨택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아 단 한 번도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코칭스태프로부터 투수와 싸움에 있어 소극적이고, 대처가 늦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정의윤도 좋은 하드웨어와 힘을 갖고 있으나 아직 자기 실력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중반 2달이 넘게 4번타자 자리를 꿰차며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듯했으나, 시즌 후반 급격히 추락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둘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히 자극했고, 프로다운 마음가짐을 갖도록 유도했다. LG 관계자는 “스프링캠프 자율훈련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가 정의윤과 이병규였다. 누가 시켜서 훈련하는 게 아닌 자신들이 부족한 점을 직접찾아 움직였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골고루 경기에 나서고 승리의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관리에 철저하다. 가령 화수목 3연전을 치른 후 금토일 3연전에선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중 한 명씩을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출장시키거나 대타로 대기시킨다. 페넌트레이스 마라톤에서 팀이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하려면 선수들의 체력관리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결국 외야진에 베테랑 3인방이 건재해도 정의윤과 이병규(7번)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이병규는 1루도 소화할 수 있다. 적정 타순도 나와있다. 정의윤은 지난해 상승세를 탔을 때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클린업트리오나 6번타순에 들어가고, 이병규(7번)는 2번 타순의 적임자가 될 만 하다. 김기태 감독은 “매번 2번타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하는데 사실 병규가 2번 타자를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김기태 감독은 “결과는 과정에 맞게 나온다. 둘 다 겨울 내내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둘의 활약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정의윤과 이병규가 팀의 중심으로 올라서 LG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제 겨우 4번의 시범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시즌은 시작하지도 않았다. 이주 부터는 오른다리 근육통으로 재활군에 있던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도 1군에 합류할 계획이다. 임재철은 외야 세 곳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뛰어난 송구능력, 높은 출루율을 자랑한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LG 외야수들의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고 봐도 된다.
한편 김기태 감독은 문선재 백창수 박용근 등 내야수가 시범경기 기간 동안 외야를 병행하는 것에 대해 “스프링캠프서 연습을 시켰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서도 외야수로 뛰고 있는데 정규시즌에는 비상시에만 나설 예정이다”고 못박은 바 있다. 실질적인 LG주전 외야수 경쟁 구도는 두 이병규와 박용택 이진영 정의윤 임재철로 형성되어 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