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좌완 불펜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불펜에서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좌완 정대현은 16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부진했다. 선발 크리스 볼스테드에 이어 팀이 4-2로 앞선 6회말 등판한 정대현은 4명의 타자를 상대해 3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아웃카운트를 하나밖에 잡지 못하고 3실점했다.
무엇보다 과정이 나빴다. 첫 타자 김선빈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고 안타를 내준 뒤 이대형까지 번트 안타로 출루시키며 위기에 빠졌고, 김재호의 매끄러운 수비로 김주찬을 유격수 땅볼 처리했지만 볼카운트 1B-2S로 유리한 상황에서 결정구로 승부를 마무리하지 못해 8구까지 갔다.

결국 김민우의 2타점 적시타에 2점을 내주고 변진수에게 마운드를 넘긴 정대현은 변진수가 추가 실점하며 실점이 3점으로 불어났다. 코칭스태프와 주전 포수인 양의지가 입을 모아 이번 시즌 가장 좋아진 투수라고 했던 정대현의 시범경기 첫 등판은 허무하게 끝났다.
정대현이 나오기 이전까지 두산은 리드를 하고 있었으나 정대현이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역전을 당해 패배 직전까지 갔다. 막판 타선의 분전으로 동점을 이루고 패배를 면하기는 했지만 정대현의 실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전날인 15일 경기에서도 좌완 불펜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이날 팀이 4-2로 앞서던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1사에 김다원을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출루시킨 뒤 2사에 만난 나지완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이현승은 9일 넥센전에서의 깔끔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온 허준혁도 현재까지 2경기에서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허준혁은 2⅓이닝 동안 실점은 1점으로 많지 않았지만 3피안타 1볼넷으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의 송일수 감독은 이번 시즌 1군 마운드 운영 계획에 대해 좌완 불펜은 되도록 2명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완이 좌완보다 좋을 경우 반드시 좌완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 역시 드러냈다. 현재 경쟁에서 먼저 기회를 얻고 있는 셋 모두에게 1군 자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셋 중 하나는 1군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둘 모두 페이스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1군 엔트리에 좌완 불펜 투수를 하나도 넣지 않기는 어렵다. 지난 3년간 두산이 부진했던 이혜천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쓰지 않을 수 없기에 이들의 부진은 시범경기지만 두산에게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셋 중 둘이 1군에 남을지, 아니면 하나만 남거나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지 아직도 미지수다.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두산의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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