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운 선수는 역시 (삼성화재의)분위기 메이커 고희진입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선수에게 미소와 함께 눈을 흘겼다. 김 감독의 눈길을 받은 고희진(34, 삼성화재)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챔피언의 자리를 두고 다퉈야하는 남자부 세 팀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7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포스트시즌 남자부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 포스트시즌을 향한 포부를 밝혔다.

이날 남자부 미디어데이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신치용 감독과 고희진, 2위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김호철 감독과 최태웅, 3위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김종민 감독과 강민웅이 참석해 각오를 전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전통의 명가 부활을 노리는 현대캐피탈, 최근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속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고자 하는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 7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삼성화재에 도전하는 형국이 됐다. 세 팀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이번만큼은 우승'을 외치는 목소리가 간절했다.
그 중에서도 김호철 감독의 출사표는 남다르다. 친정 현대캐피탈로 복귀한 김 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시즌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고, 남은 생각은 하나뿐"이라며 우승에 대한 굳은 각오를 전했다.
물론 우승을 위해서는 삼성화재의 벽을 넘어야한다. 김 감독은 "신치용 감독이 항상 현대가 1강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 신 감독이 풀세트 승부 끝에 올라가면 좋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이기는 것으로 해서 잘 준비해서 올라가겠다"며 농담 섞인 진담을 던졌다.
삼성화재를 넘어 1강으로 우뚝 서겠다는 뜻을 밝힌 김 감독은 특히 가장 미운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삼성화재의 주장이자 분위기 메이커인 고희진을 꼽아 기선제압에 나섰다. 김 감독은 "가장 미운 선수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제 옆에 앉아있는 선수(고희진)"라고 강조했고, 바통을 이어받은 최태웅도 웃음을 곁들여 "희진이가 많이 밉긴 하다. 레오도 밉고 희진이도 미운데... 둘 다 밉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선수는 역시 레오였다. 최태웅은 "공략해야할 대상은 레오인데, 못막는다. 강한 서브 넣어도 뒤에서 좋은 선수들이 받쳐준다. 레오가 못하기를 바라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한 경기 한 경기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체력적인 부분을 끌어내려야한다"고 해법을 강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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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