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에는 전략이 필요 없다. 기본 싸움이다"라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말처럼, 포스트시즌은 확실히 다른 운영이 필요하다. 5라운드까지 30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에서 필요한 것이 체력 안배와 장기적인 관점의 경기 운영이라면,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는 대담한 승부수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단기전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것이 있다. 바로 '미쳐주는' 선수의 존재 여부다. 챔피언의 자리를 두고 다퉈야하는 남녀부 각 팀 감독들이 17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각 팀의 '미쳐줬으면 하는 선수'를 꼽았다.
▲ 여자부 이연주-한송이-채선아, 공·수 핵심에게 거는 기대

이성희 대전 KGC인삼공사 감독은 주저없이 이연주(24)를 꼽았다. 외국인 선수 조이스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큰 KGC인삼공사는 토종 공격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KGC인삼공사의 국내 선수들 중 백목화와 함께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이연주가 마음먹고 미쳐주기만 한다면, 조이스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이선구 평택 GS칼텍스 Kixx 감독이 꼽은 선수는 팀의 간판 한송이(30)였다. 국가대표 레프트 한송이는 GS칼텍스 운명의 키를 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 감독은 "쉽게 이야기해서 간이 좀 부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한송이가 미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공수의 핵이자 베테랑인 한송이가 거침없는 플레이를 선보이면 후배들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이정철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 감독은 수비의 핵 채선아(22)에게 기대를 걸었다. "공격수들은 문제가 없고, 수비형 레프트 뛰는 채선아가 미쳐주면 100% 확실하다"는 이 감독의 말 속에는 채선아에 대한 두터운 기대가 담겨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윤혜숙의 빈 자리를 메우며 맹활약한 채선아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제 몫을 해준다면 우승은 틀림없다는 이 감독의 자신감이다.
▲ 남자부 곽승석-최태웅-이강주,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라
남자부는 부족했던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줘야 해볼만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김종민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감독은 "곽승석(26)이 항상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상대로 유독 많이 흔들렸다. 경험 많은 선수인만큼 이번에 미쳐주리라 생각하고 있다"며 키플레이어로 곽승석을 꼽았다. 서브 리시브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만큼, 곽승석의 분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호철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은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세터 최태웅(38)이다. 남은 부분들을 책임지고 잘 해주리라 생각한다"며 최태웅에게 기대를 걸었다. 최태웅의 노련함과 안정감, 그리고 친정팀 삼성화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건 셈이다. 단기전 승부인만큼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그 부족했던 부분들을 최태웅이 메워줘야한다는 의미다.
신치용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감독은 정규리그 때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온 팀의 약점 중 하나, 리베로 이강주(31)를 꼽았다. 신 감독은 "내가 보는 우리 팀의 약점은 이강주가 안정이 덜 됐다는 것이다. 이강주가 안정이 되어야한다"며 이강주의 분발을 촉구했다. 부진으로 인해 이강주보다 김강녕을 기용할 때가 더 많기도 했던 삼성화재로서는 걸출한 국가대표 리베로 여오현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이강주의 활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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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