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층·과감 시프트’ LG 수비, 더 단단해진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18 06: 43

지난 시즌 LG는 여러 부분에서 크게 발전했다. 팀 평균자책점 3.74로 리그 정상에 등극, 막강 투수진을 구축했다. 타자들은 득점권 타율 2할9푼5리로 찬스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수비 또한 몰라보게 향상됐다. 오지환-손주인의 주전 키스톤 콤비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며 센터라인에 붙었던 의심을 지웠다. 상대 타자의 성향을 반영한 절묘한 수비 시프트는 안타성 타구를 아웃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마침내 실책 부문 하위권과 작별(77개, 5위)했다. 페넌트레이스 2위는 그냥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LG의 수비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14시즌 두터워진 선수층을 앞세워 더 단단한 수비를 펼치려 한다. 유지현 수비코치는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유격수 포지션 경쟁과 외야진, 정성훈의 1루 전환, 그리고 수비 시프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유 코치는 오지환 권용관 박용근의 주전 유격수 경쟁구도를 두고 “선택은 감독님께서 하실 부분이다”고 입을 열며 “권용관은 이미 증명된 유격수다. 원래부터 수비를 잘했던 선수고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펼친다. 하지만 체력적인 면에서는 조절이 필요하다. 지환이는 지난해부터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미세한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용근이와 (박)경수는 그동안 2루를 많이 봐왔다. 그래서 그런지 스텝이나 송구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나오더라. 경험이 쌓일수록 좋아질 것이다”고 전했다.
유 코치의 말처럼 현재 LG 유격수 경쟁구도는 3인3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용관은 프로 20년차의 관록이 느껴지는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한다. 절묘한 타이밍으로 타구를 포구하는 능력은 팀 내 최고다.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할 수도 있다. 오지환은 리그 최정상급의 송구 능력과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안정감은 권용관에 미치지 못하지만, 상대 타자의 안타를 아웃으로 만드는 능력은 독보적이다. 박용근은 불의의 사고를 극복하고 주전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 성실함과 집중력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내내 박용근은 팀에 사기를 높이고 기를 불어넣었다.
수준급 유격수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비는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2012시즌만 하더라도 오지환이 홀로 유격수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해 권용관이 다시 LG 유니폼을 입으며 오지환의 부담을 덜었다. 5월 복귀 예정인 박경수까지 염두에 두면, 유격수는 물론 3루와 2루도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 체력 안배는 물론, 적극적인 대주자 대수비 기용으로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기가 쉬워졌다.
외야는 포화상태다. 두 이병규와 박용택 이진영 임재철 정의윤 만으로도 1군 외야수 엔트리가 꽉 찼다. 그동안 LG 외야라인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장점이 있었지만, 올 시즌은 수비서도 기대를 걸만 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강견 임재철의 합류가 크다. 유 코치는 우익수 이진영 좌익수 임재철로 외야진을 가동, 쉽게 상대 주자를 묶을 수 있게 된 것을 두고 “LG에 드디어 이런 날이 왔다”고 활짝 웃으며 “임재철은 외야 3군데를 모두 볼 수 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관리를 해줘야하지만, 외야진을 다양하게 돌려가며 구상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 코치는 겨울동안 화제가 된 국가대표 출신 3루수 정성훈의 1루 전환과 관련해선 계획된 일이었다고 밝혔다. 유 코치는 “다시 말하지만 정성훈의 1루 전환은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다. 조쉬 벨 때문이 아니다”면서 “지난 시즌이 끝나고 올 시즌을 구상할 때 성훈이에게 1루를 맡기기로 했다. 공격력이 강한 성훈이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 한다. 아마 올 시즌 성훈이가 3루수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용의도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주전 3루수 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3시즌 마법처럼 높은 적중률을 보였던 수비 시프트는 더 과감해진다. 실제로 LG는 지난 12일 창원 NC전에서 좌타자 에릭 테임즈가 타석에 들어서자 3루를 비우고 내야진을 우측으로 당기는 극단적 시프트를 펼쳤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서도 이전 타석 홈런을 기록한 정현석에게 시프트를 걸었다. 유 코치는 “시범경기인 만큼 시프트를 했을 때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시프트를 얼마나 의식하는지, 스윙에 대한 변화는 없는지 등을 살펴본다”며 데이터를 통해 시프트 확률을 더 높일 뜻을 보였다.
덧붙여 유 코치는 “꾸준히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시프트를 하더라도 상대 타자와 우리 수비 능력에 맞는 시프트를 해야 한다. 각 구장에 변화도 눈여겨보고 있다. 잠실구장에 익사이팅존이 생긴 것을 비롯해, 우리나라 구장도 파울라인이 짧아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내야진을 좀 더 안쪽으로 모아도 된다. 수비 시프트는 올 시즌 더 과감해질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넌트레이스서 승리하려면 강한 수비는 필수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선 센터라인 선수들을 평가할 때 수비력을 우선순위에 놓는다.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은 수비능력에 중점을 둔 선수 선발로 진화를 이뤘다. 수비야구가 현대 야구의 흐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 유격수 유지현 코치는 현역시절 잠실구장서 호수비로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었다. 유 코치의 DNA가 LG에 짙어지면서, LG의 수비도 진화하고 있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