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 텍사스)와 이대호(32, 소프트뱅크)의 시범경기 성적이 다소 부진하다. 그러나 팀 내 입지는 굳건하다. 아무도 두 선수의 부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기류 속에서 두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새 둥지를 찾은 추신수와 이대호는 시범경기에 뛰며 정규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다만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편이다. 왼팔 통증으로 결장하기도 했던 추신수는 17일(이하 한국시간)까지 11경기에서 타율 1할7푼9리(28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도 2할9푼4리로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이대호는 성적이 더 좋지 않다. 16일까지 타율 1할7리(28타수 3안타)에 머물고 있다. 기대했던 홈런은 없다.
두 선수는 팀이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선수다. 추신수는 텍사스의 약점이었던 리드오프 부재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이 이를 증명한다. 역시 일본 최정상급 몸값을 받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이대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소프트뱅크의 4번 문제를 정리할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두 선수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으니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팀 내 위상이 굳건하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추신수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 감독은 1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추신수를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시켰다. 상대 선발이 왼손인 존 댕크스였지만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의 자리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가 지난해 왼손에게 약했다는 현지 취재진에 질문에 “지명타자로 투입시키거나 하루 휴식을 주는 구상이 있지 않은 이상 추신수는 누구를 상대하든 출전할 것이다”라면서 “플래툰 기용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상대 투수가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추신수는 붙박이 1번이라는 뜻이다. 시범경기 부진에 대해서도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좋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대호도 마찬가지다. 는 17일 이대호에 대한 소프트뱅크 수뇌부의 강력한 신뢰를 다뤘다. 는 “이대호의 성적은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조금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하지만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는 이대호의 4번 타자 출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후지이 타격코치는 이대호의 부진에 대해 “한국에서의 실적도 있고 오릭스에서의 실적도 있다. 이러쿵저러쿵할 필요는 없다. 개막전에 4번으로 간다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고 있고 개막에 맞춰 상승세를 탈 것”리라고 단언했다. 후지모토 타격코치 역시 “아키야마 감독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대호에 대한 든든한 신뢰를 드러냈다.
두 선수는 이미 각 리그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공인받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도 아니다. 정규시즌에 맞춰 어떻게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팀도 이런 점을 생각해 시범경기 성적에 대해서는 큰 의의를 두지 않고 있다.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선수가 남은 시범경기 일정에서 자신이 만족할 만한 페이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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