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을 잘하거나,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이를 '느낌 있게' 소화한다는 건 비단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천부적인 재능의 문제. 그룹 트로이 창우는 이같은 '느낌'이 잔뜩 배어있는 그런 멤버다.
라이머 대표를 주축으로 버벌진트, 산이, 스윙스 등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힙합 레이블로 거듭난 브랜뉴뮤직은 솔로로서 이미 검증을 끝마친 범키를 주축으로 한 4인조 남성그룹 트로이를 선보였다. 트로이는 데뷔곡 '그린라이트'를 통해, 기존 그룹과는 다른 퍼포먼스형 알앤비 힙합 장르로 대중들에 첫선을 보였다.
지난 1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펼쳐진 트로이의 데뷔 무대들은 신선했다. 앞서 '미친 연애', '갖고 놀래'로 매력적인 보컬을 선보였던 범키의 음색에 멤버들의 래핑이 차례로 덧입혀졌다. 특히 눈에 띄는 패션, 무표정과 옅은 미소를 수시로 오가며 무대 위에서 제대로 즐기는 창우의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 닿을 듯 닿지 않다…그리고 진짜 데뷔 '홀가분'
앞서 트로이가 공개되기 전 브랜뉴뮤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던 트레일러 영상에서 창우는 마이티마우스 쇼리와 래퍼 비즈니즈와 함께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들. 다들 꾸준히 음악의 길을 걷는 동안 창우는 음악을 잠시 접고 연기와 패션 등을 전전하며 자신의 진짜 길을 찾으려 애썼다.

닿을 듯 했으나 닿지 않았다. 고등학교 자퇴 후 음악의 세계를 접하면서 무언가 꿈틀대며 시작되는 듯 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검정고시와 수능을 보고 대학(상명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면서 음악이 아닌 연기의 길로 전환됐다. 양동근과 빅뱅 탑이 출연했던 드라마 '아이엠샘'(2007)에 (4차의 오디션을 뚫고) 고정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2008년께는 압구정에서 입시연기 강사로서 일하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났던 양동근,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이훈, 헬스장에서 만난 이승연의 남편 등 그에게 연기자로서의 길을 열어줄듯한 지원의 손길이 수차례 등장했으나 결국 결과의 열매는 쉬이 따지지 않았고, 갈증은 더해져만 갔다.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창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 관두고 유학가서 아예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찰나 지금의 라이머 대표를 소개받았다.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은 상황에서 '그룹을 만들 계획이다. 무조건 할 테니 기다려라'는 말을 듣고 준비한 결과 지금의 트로이로 대중의 앞에 서게 됐다"고 털어놨다.
오랜 기다림과 꿈같은 데뷔. 창우는 트로이로서 가요계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에 대해 "다른 것 없다. 데뷔도 해보지 않고 다른 일을 했더라면 분명 미련이 남았을 텐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설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난 이미 충분히 만족한다"고 홀가분한 심경을 밝혔다.
# 느낌 있는 무대를 완성하다 '끼는 국대급'
소속사 브랜뉴 뮤직은 창우에 대한 설명에서 '끼'라는 단어를 빠뜨리지 않는다. 라이머 대표는 "창우는 음악, 연기, 패션 등 엔터테이너로서 갖춰야할 모든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 그만큼 내공이 있는 친구다. 그의 내면에는 감출 수 없는 끼로 똘똘 뭉쳤있다"며 "우선 뮤지션으로서 창우의 모습을 보여드린 후 점차 다른 분야에서도 창우의 매력을 전방위적으로 보여드릴 예정"이라 그를 소개했다.

실제로 창우는 트로이로 데뷔하기 전 대학교 연영과를 거쳐 연기학원 강사,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출연, 그리고 브랜뉴뮤직에서 스타일링 디렉터까지 겸하며 가감없이 끼를 발산했다. 본인 스스로도 "어렸을 때부터 끼는 확실했던 것 같다"고 이에 동의했다.
대중에게 이미 이름을 제대로 알린 범키, 엠넷 '쇼미더머니2'를 통해 선을 보인 래퍼 칸토의 존재는 트로이가 단순히 신인 그룹으로 치부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창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범키와 칸토가 이뤄놓은 것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더 쉽게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범키, 칸토, 그리고 그룹 트로이의 데뷔는 이미 계획된 순서였던 만큼 조바심은 없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재능만 확실히 보여주면 된다. 언젠가 한 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올건데, 그걸 잡느냐 마느냐는 철저히 각자 재능의 문제다"고 차분히 마음을 다잡았다.
창우는 '그린라이트' 무대에서 자신의 랩파트와 퍼포먼스로 흥을 돋운다. 분량은 적지만 자신의 손끝을 거친 가사는 그의 입에 붙어 리스너드의 귀에 착실하게 전달됐고, 그의 춤사위는 '즐긴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제 판단은 대중에게 달렸다.
# 창우, 대체불가 팀 트로이 멤버+연기 도전?
트로이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20대와 30대 초반으로 구성된 멤버 구성의 트로이는 애초 접근법부터가 좀 남달랐다. 10대 아이돌과의 경쟁구도가 아닌 멋을 좀 아는 형들이, 그들 세대의 표본으로 나서겠다는 모양새. 과거 클론이 '클럽의 잘 노는 형들'이었듯, 원타임이 랩과 보컬을 겸비해 차별화를 줬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로이만의 강점은 분명 있다. 범키처럼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잡은 뒤 재차 신인그룹으로 데뷔한 경우는 분명 이례적이다. '오히려 범키를 망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 라이머 대표는 "원래 기획단계부터 예정된 수순이다. 3~4번째 음반부터는 범키 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의 역량과 포텐이 터지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포텐이 터진 후 더욱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브랜뉴뮤직이 그리는 트로이의 콘셉트이자 미래다. 이 과정에서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이 가장 뛰어난 창우에 대한 기대는 크다. 연기와 패션, 음악을 아우르는 그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지금의 트로이로서의 데뷔를 회상하게 될지 모르는 일. 조급해하지 않고 한 발씩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는 창우의 1년 뒤, 3년 뒤가 더 기대된다.
gato@osen.co.kr
브랜뉴뮤직 제공, 트로이 티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