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4강 갈 확률, 0% 아닌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18 08: 56

스포츠의 세계에서 ‘무조건’이라는 것은 없다. 아무런 변수 없이 예측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스포츠를 볼 이유가 없다.
프로농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고양 오리온스는 17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81-64로 이겨 시리즈 첫 승을 거뒀다. 1승 2패로 탈락위기를 모면한 오리온스는 19일 홈에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릴 기회를 얻었다.
오리온스가 2차전까지 2연패를 당했을 때 ‘오리온스가 4강 갈 확률은 0%’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학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0%의 근거는 KBL 18시즌 역사상 5전 3선승제에서 먼저 2연패를 당하고 3연승을 거둔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우선 KBL이 치러진 18시즌은 모집단으로서 기능을 하기에 너무 적은 양이다. 치른 시즌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충분히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빅 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KBL은 지난 34차례 치른 6강 시리즈에서 1차전 패배팀이 4강에 갈 확률이 5.9%라고 규정했다. 34번의 6강 시리즈에서 해당사례가 2번 나왔다는 이유다. 물론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 다만 해당 상황에서 무조건 승률 5.9%가 적용된다며 패한 팀을 압박하는 것은 잘못됐다.
111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7전 4선승제의 포스트시즌 리버스 스윕은 딱 한 번 나왔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쉽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에게 3연패를 당하고 내리 4연승을 거둬 월드시리즈에 올라갔다. 상승세의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에서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0으로 끝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5전 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리버스 스윕이 네 차례나 더 있다.
KBL의 계산대로라면 당시 레드삭스에게 “100년 넘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3번 지고 올라간 팀은 단 한 번도 없었어. 너희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 갈 확률은 0%야”라고 말한 셈이다. 이를 비웃듯 레드삭스는 야구역사를 새로 썼다. 5전 3선승제의 농구 6강에서 리버스 스윕이 나올 확률은 이보다 높을 것이다.
프로농구보다 역사가 긴 33시즌의 한국프로야구에서도 2연패 뒤 3연승이 4번 나왔다. 1996년 플레이오프 현대-쌍방울, 2009년 플레이오프 SK-두산, 2010년 준플레이오프 두산-롯데, 2013년 준플레이오프 두산-넥센 모두 2연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가 뒤집혔다. 농구에서 나오지 말란 보장이 없다.
두 번째 오류는 과거 KBL의 전적과 현재 진행되는 시리즈는 독립사건으로 서로의 발생확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사위를 두 번 던질 때 첫 번째 나온 숫자가 두 번째 시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두 번째 던질 때 숫자 3이 나올 확률은 항상 1/6이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오랫동안 과거사례가 없었다고 해도 새로운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오리온스가 2패 뒤 3연승으로 4강에 간다면 확률 또한 바뀌게 된다. 자율의지로 얼마든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실제 농구에서는 선수들의 심리상태, 팀 분위기, 부상 등 다양한 돌발변수가 존재하고, 승률에 영향을 미친다.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손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최초라는 성과는 그래서 더 짜릿하다. 기적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오리온스가 KBL 최초로 리버스 스윕의 짜릿함을 맛보고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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