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MBC FM4U '두시의 데이트' 제작진이 18일 얼마전 크게 논란이 됐던 박경림의 "민방위 훈련 20분 보상" 발언과 관련해 양심 선언을 했다. '두데' 홈페이지 게시판 공지를 통해서다. 자칫 덮힐뻔한 진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미 온갖 비난과 악플로 상처받은 박경림의 아픔은 이걸로 치유될수 있을까?
제작진이 올린 이번 사건의 전모는 한 마디로 이렇다. '제작진이 준비한 오프닝을 DJ가 소개하면서 방송을 시작한다. 논란을 일으킨 대목은 박경림의 멘트가 아니었다'고 했다. 박경림은 준비된 멘트를 읽었다가 돌팔매를 맞은 셈이다.
거의 대부분 방송 프로들은 작가가 대본을 준비하고 PD가 이를 토대로 연출하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라디오 프로라고 예외는 아니다. 욕설 수준의 신랄한 멘트와 강력한 자기 주장 등으로 화제를 모은 DJ들도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PD, 작가와 함께 진행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지, 절대 혼자만의 결정으로 그같은 방송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라디오 방송은 삼위일체다. DJ와 PD, 그리고 작가의. 박경림의 '민방위 20분 보상' 발언도 처음부터 그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했다. 박경림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민방위 훈련으로 인해 방송이 20분 지연됐다.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냐”며 “오늘 20분 늦게 만났지만, 민방위 훈련은 다들 아시겠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 아니겠느냐. 그래서 저도 20분 먼저 와서 듣고 있었다”고 오프닝을 했다.
그의 말을 끝까지 잘 곱씹으면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을 폄하할 의도라기 보다 말장난을 통한 말실수에 가까운 부분으로 읽힌다. 하지만 말로 하는 방송은 글과 달라 순식간에 흐르고 마는 법. 청취자들에게는 '민방위 20분 보상' 부분에 포인트가 박혔고 나중에 이 내용이 과대 포장돼 일부 선정적 보도로 이어지면서 민심이 성난 것이다.
박경림과 '두데' 제작진은 방송후 민방위 훈련과 관련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거듭 사과에 나섰고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박경림은 방송에서 “오늘 사실 나는 마이크 앞에선 방송인이 얼마나 말에 책임을 져야 되고 조심을 해야 하는가를 또 한 번 느끼고 배웠다. 다시 한 번 마무리하면서 오늘 경솔했던 말 때문에 상처 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말씀 드린다. 내일부터는 더 열심히 방송하는 박경림이 되도록 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런 과정에서 박경림에게 모든 비난이 집중되는 것에 제작진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고 결국 이날 '모든 잘못은 내 탓이요'라는 2차 사과문을 올린 것이다.
'두데' 박경림과 제작진의 실수야 당연히 재발되선 안될 일이겠지만, 서로 책임을 미루기보다 오히려 상대를 감싸며 자신을 희생양으로 던지는 모습만큼은 최근 연예와 방송계에서 보기드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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