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보이네’ 필라델피아 21연패 ‘구단 신기록’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18 11: 25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우승을 위한 경쟁만큼 ‘일부러 지기 위한’ 하위 팀들의 꼴찌 경쟁이 치열하다. 사연이 있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뱅커스라이프 필드하우스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NBA 정규시즌에서 동부 컨퍼런스 1위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90-99로 졌다. 15승 52패로 동부 15위가 된 필라델피아는 리그 최하위 밀워키 벅스(13승 54패)를 두 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이날 패배로 필라델피아는 21연패를 당했다. 지난 1972-1973시즌 작성된 구단 최다 20연패 기록을 41년 만에 갈아치웠다. 점수만 보면 치열하게 승부가 펼쳐진 것 같다. 하지만 경기를 하기 전부터 사실상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필라델피아는 일부러 지려고 마음먹고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NBA 드래프트에는 앤드류 위긴스(18, 캔자스대, 203cm, 포워드), 조엘 엠비드(18, 캔자스대, 213cm, 센터), 줄리어스 랜들(18, 켄터키대, 포워드), 자바리 파커(18, 듀크대, 포워드) 등 향후 팀의 10년을 책임질 수 있는 대어들이 줄지어 나올 전망이다. 필라델피아 등 하위권 팀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일부러 시즌을 망쳐 드래프트 상위픽 지명확률을 높이는 ‘고의 패배’를 서슴지 않고 있다. 물론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이 쏟아져 나올 것을 대비한 지난 시즌 한국프로농구와 행태가 비슷하다.
필라델피아는 201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뽑은 센터 널린스 노엘을 일찌감치 시즌아웃 처리했다. 치명적 무릎부상이 있어 어차피 장기휴식이 필요한 선수였다. 대신 필라델피아는 11순위로 뽑은 마이클 카터-윌리엄스의 ‘노골적’ 신인왕 만들기에 나섰다.
인디애나전에 주전가드로 나선 윌리엄스는 무려 6개의 실책을 범했다. 자유투도 5개를 쏴서 하나 넣었다. 3점슛 4개는 모두 불발됐다. 야투율이 35%에 불과할 정도로 난사가 심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15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기록 쌓기’에 성공했다. 올 시즌 걸출한 신인이 없어 신인왕은 윌리엄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필라델피아의 ‘1순위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넥스트 르브론’으로 불렸던 위긴스는 거품이 걷혔다. 득점능력과 운동능력은 탁월하지만 93kg의 깡마른 체격 때문에 역대급 레전드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위긴스는 캔자스대 마지막 홈경기에서 “대학에서 지난 1년의 경험은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NBA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우 이번 주 개막하는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 결과에 따라 1년 더 학교에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순위 센터로 꼽히는 엠비드는 동료들에게 “남을 수도 있다”고 말해 필라델피아를 ‘멘붕’에 빠뜨렸다.
1순위 신인을 얻기 위한 ‘고의 패배’가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미래를 위해 한 시즌을 포기한 필라델피아의 운명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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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의 신인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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