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 열세에 페널티킥 악몽까지 겹친 강철 전사들은 용감했다.
포항은 18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3차전서 수적 열세를 만회하며 산둥 루넝(중국)과 2-2로 비겼다.
조별리그 통과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일전이었다. 포항은 이날 귀중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승점 5점(골득실 +1)으로 산둥 루넝(승점 5, 골득실 +2)에 이어 3위 세레소 오사카에 승점 1점 앞선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힘든 싸움이 예상됐다. 포항은 지난 11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15일 부산 원정길에 오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반면 산둥은 지난 11일 세레소 오사카 원정길 이후 일주일을 쉬었다.
산둥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러시아 명문 CSKA모스크바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바그너 러브와 아르헨티나 대표 출신 왈테르 몬티요, 브라질 공격수 알로이시우 산토스를 비롯해 두웨이, 왕용포, 정정 등 포지션 곳곳에 중국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포진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13분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바그너 러브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은 진징다오가 골문을 비우고 나온 신화용 골키퍼를 따돌리고 골문 안으로 슛을 때렸고,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신광훈의 손에 맞았다. 심판은 핸드볼 파울을 범한 신광훈에게 지체없이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그너 러브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포항은 0-1로 끌려갔다.
10분도 채 지나기 전에 핸드볼 악몽이 되풀이됐다. 포항이 고무열 이명주 문창진을 앞세워 기세를 올리던 전반 22분 김재성의 핸드볼 파울로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내줬다. 바그너 러브가 페널티킥을 또다시 성공시키며 2-0으로 달아났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수적 열세까지 떠안은 포항의 패배는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강철 전사들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수적 열세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특유의 스틸타카를 앞세워 쉴새없이 산둥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32분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김태수의 머리와 이명주의 발을 거쳐 페널티 박스 안에 있던 김태수의 발 앞에 떨어졌고, 지체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 산둥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후반 들어서도 정확도 높은 패스와 영리한 공간 이동으로 수적 열세를 만회했다. 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포항은 후반 32분 김승대가 유창현과 볼을 주고 받으며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천금같은 만회골을 뽑아냈다. 포항은 이후 역전골을 위해 파상 공세를 벌였다. 하지만 더 이상 소득을 올리지 못한 채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승리보다 값진 무승부였다. 가정법이지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였던 고무열의 전반 17분 오른발 슈팅과 문창진의 전반 37분 왼발 슈팅, 그리고 전반 43분 골대를 맞히는 고무열의 오른발 크로스가 골로 연결됐더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으로 자신감과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포항의 밝은 미래를 기대케 하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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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