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쟁영웅 더글러스 맥아더는 한국전쟁 당시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 말은 야구와도 어느 정도 통한다.
야수의 기본은 수비능력이다. 특히 실책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는 외야수는 더욱 그렇다. 압도적인 공격력을 지닌 선수라면 모를까, 타격 능력이 조금 뛰어난 대신 수비가 불안한 선수는 주전으로 도약할 수 없다. 이는 롯데 김시진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다. 주자라면 한 베이스 더 가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고, 반대로 수비를 할 때에는 상대 주자를 최대한 묶어놔야 한다.
롯데는 18일 상동구장에서 가진 시범경기 LG전에서 6-11으로 졌다. 홈런 4개를 허용했고 필승조 불펜투수들의 컨디션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더그아웃 앞에 불러모아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시범경기지만, 경기가 끝난 뒤 롯데 더그아웃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직접 배트를 들고 나와 선수들의 수비훈련을 이끌었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세세한 움직임까지 지적했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이 펑고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무엇이 김 감독 손에 배트를 쥐게 했을까.
단순히 패배가 원인은 결코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수비에서 노출했던 허점이 문제였다.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대우는 시범경기 첫 홈런을 치는 등 공격에서는 돋보였지만 수비에서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 7회 2사 1루에서 이병규의 좌전안타 타구를 처리하면서 선행주자를 신경쓰다가 공을 더듬었고, 그 사이 1루에 있던 박용택은 3루까지 갔다. 김 감독은 3루 베이스 부근에 서서 김대우에게 끊임없이 공을 보냈다. 김대우는 이 공을 잡아 3루에 정확하게 송구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8회에는 LG 선두타자 이진영이 유격수 방면 강습타구를 쳤다. 유격수 문규현을 맞고 굴절된 타구는 뒤로 흘렀는데 외야수들의 백업이 늦어 이진영은 2루까지 갔다. 또한 이날 처음으로 유격수 선발 출전을 한 오승택은 풋워크나 포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송구 정확도에 조금 문제를 보였다. 이들은 권두조 수석코치, 공필성 수비코치와 함께 경기 후 대략 20분 동안 추가 훈련을 받았다.
팬들은 시범경기에서 승패를 보지만, 감독들은 그보다는 선수들의 세세한 플레이와 기본적인 움직임을 점검한다. 실수가 나올 거라면 시범경기에서 나와 정규시즌을 앞두고 보완하는 편이 낫다. 이것이 바로 김 감독이 직접 배트를 잡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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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