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에서는 잠잠했던 선수들이 한 번씩 터져줘야 하는데 말야...”
전창진 KT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부산 KT는 1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인천 전자랜드에게 66-72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오는 20일 인천으로 장소를 바꿔 최종 5차전에 돌입한다.

4차전을 앞두고 만난 전창진 감독은 ‘난세 영웅론’을 꺼냈다. 플레이오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평소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의외의 ‘미친 선수’가 한 명 나와 줘야 한다는 것. 전 감독은 감독으로 처음 우승했던 지난 2003년 챔프전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전창진 감독이 맡았던 삼보는 챔프 6차전에서 1쿼터를 3-24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 때 신종석(현 경복고 코치)이 2쿼터에 던진 3점슛 5방을 모두 넣으며 17점을 퍼붓는 ‘미친 활약’을 펼쳤다. 4쿼터에는 데이비드 잭슨이 13점을 터트렸다. 결국 삼보는 67-63으로 이기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전창진 감독은 오열했다.
전 감독은 “6차전 초반부터 점수 차가 20점 이상 벌어졌다. 이 때 신종석, 지형근 등 ‘미친 선수’가 나와 이겼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라고 희망했다.
4차전의 미친 선수는 송영진이었다. 주포 조성민이 3쿼터까지 무득점에 막혔을 때 송영진은 3쿼터에만 12점을 뽑았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송영진은 빛났다. 송영진은 경기종료 5분을 남기고 스틸에 이은 속공을 터트려 팀의 역전을 이끌었다. 결정적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 조성민에게 연결했다. 하지만 조성민은 결정적 노마크 3점슛을 놓쳤다. 결국 KT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송영진은 24점을 넣고도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쳤다.
비록 졌지만, 송영진의 활약은 유도훈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유 감독은 “전태풍, 조성민, 송영진은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특히 송영진 눈빛이 빛나더라. 우리와 KT는 팀컬러 비슷하다. 양 팀 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농구선배로서 보기 좋다”며 이례적으로 상대선수를 칭찬했다.
KT의 키플레이어는 조성민이다. 전창진 감독은 “조성민을 이렇게 혼낸 것은 올 시즌 처음”이라며 여전히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조성민 혼자 농구할 수 없다. 의외의 선수가 나와 ‘미친 활약’을 해줘야 한다. 과연 전창진 감독이 원하는 ‘난세의 영웅’은 5차전에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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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