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값진 무승부였지만 결정력 부족의 짙은 아쉬움은 떨쳐내지 못했다.
포항은 지난 18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3차전서 수적 열세를 만회하며 산둥 루넝(중국)과 2-2로 비겼다.
조별리그 통과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날 귀중한 승점 1점을 추가한 포항은 승점 5점(골득실 +1)을 기록하며 3위 세레소 오사카(승점 4)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두' 산둥 루넝(승점 5, 골득실 +2)에 이은 2위를 유지했다.

승점 1점 이상의 값진 무승부였다. 일주일을 쉬었던 산둥에 비해 포항은 11일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15일 부산 원정길에 연이어 오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었다.
설상가상 시작부터 꼬였다. 전반 13분 골문 안으로 향하는 슈팅이 신광훈의 왼팔에 맞았고, 심판은 지체없이 핸드볼 파울로 인한 페널티킥과 함께 신광훈에게 레드 카드를 선언했다. 바그너 러브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0-1로 끌려간 포항의 실타래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전반 22분 김재성의 핸드볼 파울로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내줬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김재성의 팔에 맞자 주심은 또다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바그너 러브가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2-0으로 달아났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2골 차를 만회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악조건도 포항의 강철 전사들에겐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스틸타카를 앞세워 산둥의 헐거운 뒷마당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쉴새없이 몰아쳤다. 전반 32분 김태수의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첫 결실을 맺더니 후반 32분 김승대가 절묘한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골망을 흔들며 극적인 2-2 무승부 드라마를 써냈다.
아쉬운 무승부 속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발견했다. 공격진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올 시즌 외국인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김승대가 귀중한 골맛을 봤고, 그를 보좌할 고무열과 문창진도 시종일관 날카로운 움직임을 선보였다.
황선홍 감독도 "김승대의 득점은 팀에 중요한 득점이다. 공격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면서 "이제 고무열이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전했다.
고무열과 문창진은 이날 절호의 기회를 한 번씩 놓쳤다. 고무열은 전반 17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서 날린 오른발 슈팅이 막혔고, 문창진도 전반 37분 회심의 왼발 슈팅이 살짝 빗맞으며 골찬스를 날려보냈다. 가정법이지만 두 번의 기회 중 한 번이 골로 연결됐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터. 값진 무승부였지만 짙은 아쉬움이 남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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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