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SK의 새 외국인 선수 루크 스캇(36)이 본격적인 기지개를 켤 기세다. 한국무대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첫 홈런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스캇은 홈런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직은 과정일 뿐이라는 게 자신의 설명이다.
시범경기 타율이 썩 좋지 않았던 스캇은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시범경기에서 괴력을 뽐냈다. 1-4로 뒤진 8회 1사 1,2루에서 박준표의 싱커(133㎞)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을 쳐냈다. 상승세는 다음 타석에서도 이어졌다. 5-8로 뒤진 상황에서 KIA 마무리 어센시오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치며 다시 타점을 수확했다. 5타수 2안타였지만 안타 2개의 인상이 워낙 강렬했다.
그러나 스캇은 첫 홈런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스캇은 경기 후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았다. 홈런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기분이 좋은 일”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상대 투수의 빠른 공을 받아진 (9회) 좌중간 2루타가 더 만족스러웠다”라고 했다. 홈런보다는 2루타가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더 유익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스캇의 신중한 태도를 잘 느낄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135개의 홈런의 소유자다. 큰 기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 타율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다. 18일까지 2할(15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첫 타점도 18일에나 나왔다. 그러나 과정을 보면 만만치 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볼넷을 5개 골라 출루율은 4할이다. 그에 비해 삼진은 하나 밖에 당하지 않았다. 전성기보다 힘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선구안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러 보인다. 한국무대 성공의 첫 조건을 채워가고 있다.
스캇도 홈런에 기분을 내기보다는 현재 기조를 유지하며 시즌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 성적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스캇이다. 스캇은 “현 시점에서 미국은 선수들이 자신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다. 이에 비해 한국은 좀 더 경쟁이 치열하다”라고 웃으면서 “여전히 투수들이 나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좀 더 지켜보고 싶다”라고 했다. 여전히 상대 투수 파악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스캇은 허투루 배트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타격이 투스트라이크 이후 이뤄진다. 한국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스캇으로서는 아직 모든 투수들이 낯설다. 때문에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스캇은 “남은 기간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공을 보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이나 수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즌 때 쓸 밑천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겠다는 게 스캇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보완점도 짚었다. 스캇은 “내가 노리는 구질이나 위치로 오는 공은 이제 과감하게 스윙을 하겠다”라면서 서서히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과제는 스트라이크존을 좁히는 것이다. 스캇은 “스트라이크존에 형성되는 공에만 스윙을 하는 연습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제는 배트 스피드도 올릴 생각”이라고 남은 시범경기 구상을 드러냈다.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자세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스캇이다. 믿음직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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