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아무래도 내 것부터 먼저 챙길 수밖에 없다. 경기장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정팀에 대한 지원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KIA가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KIA가 추구하는 상생의 길에 풍부한 메이저리그(MLB) 경험을 가진 루크 스캇(36, SK)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KIA는 정들었던 무등야구장을 떠나 올해부터는 새로 지은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쓴다. 착공 당시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팬들에게 개방됐고 전반적인 호평 속에서 정규시즌 데뷔를 앞두고 있다. 탁 트인 환경에 각종 편의시설을 모두 갖춰 “관중들이 경기를 보기에는 최고의 경기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은 손을 댈 곳이 더 있다. 잘 알려진 불펜이나 띠 전광판 외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 시설도 좀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 KIA도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경기장에 60억 원을 더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최신식 경기장으로서의 명성을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전반적인 시설도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비해 손색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며 수많은 경기장을 본 스캇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스캇은 경기장 인상에 대한 질문에 대뜸 “신시내티의 홈구장(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과 비슷한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관중석 색깔이 빨간색으로 배치된 것은 물론 전체적인 구조가 흡사하다는 평가였다. 여기에 원정팀을 위한 시설도 비교적 잘 되어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KIA는 원정팀 클럽하우스에서도 나름 신경을 썼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홈팀 클럽하우스보다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원정팀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충분한 시설이다. 그간 한국프로야구 경기장은 원정팀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원정팀 선수들은 쪽방에서 식사를 하고 복도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기 일쑤였다. 하지만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는 그런 고충이 많이 사라질 전망이다.
상생의 측면에서 KIA가 먼저 발걸음을 뗀 셈이다. 선동렬 KIA 감독도 이에 대해 “원정팀도 그런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라운드에서는 적이지만 어쨌든 동업자라는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KIA의 뒤를 이어 다른 팀들도 원정팀 시설 개선에 나서고 있는 점 또한 반갑다. SK도 문학구장 내부 시설을 단장하면서 원정팀 편의시설을 확충했다. 구조 변경을 통해 선수들이 쓸 클럽하우스를 확장시켜 새롭게 단장했고 감독실 등의 공간도 더 넉넉하게 배정했다. 이런 움직임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대구구장이나 현재 리모델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수원구장의 향후 설계에도 적잖은 참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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