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패배의 원인은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패배의 좌절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았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18일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톈허 스타디움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3차전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원정경기서 1-3으로 패배했다.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한 전북은 광저우(2승 1무, 승점 7)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전북의 시즌 첫 패배였다. 지난달 26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시즌에 돌입한 전북은 이날 전까지 K리그 클래식을 포함해 3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저우에 일격을 허용하며 쓴 맛을 보게 됐다.

▲ 혹독한 일정, 체력에 악영향
혹독한 일정의 악영향을 피할 수가 없었다. 더블 스쿼드를 구성했지만, 20시간이 넘는 호주 원정을 다녀온 선수들은 한 경기를 쉬었다고 해서 쉽게 피로도가 사라지지 않았다. 호주 원정을 다녀왔던 이동국과 이승기, 레오나르도, 박원재, 최은성 등은 지난 9일 이후로 지금까지 전주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3일 간격의 경기가 계속됨은 물론 장거리 이동까지 계속한 만큼 체력이 떨어졌고, 경기력에도 악영향이 생겼다. 반면 광저우는 시즉 개막 이후 국내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단 한 번 원정 경기를 소화했다. 일본에서 열린 장거리 원정경기라고는 하지만 호주 원정과는 비교도 못할 수준이다.
▲ 심판의 오심, 분위기를 바꿨다
아무리 전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위기의 순간은 찾아온다. 전력이 나쁘더라도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자신들에게 넘어온 분위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은 2골을 먼저 내줬지만 분위기를 가져오며 추격전을 펼쳤다. 전반 39분 이동국의 득점포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전북은 후반 12분 정인환의 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드는 듯 했다. 전북이 상승세를 타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심 압둘라 알 히랄리는 정인환과 골키퍼 쩡청과 충돌을 문제 삼았다. 정인환이 헤딩슛을 한 이후의 동작에서 쩡청과 부딪힌 만큼 반칙과 무관했지만, 주심은 광저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주심의 오심은 전북에 찬물을 끼얹었고, 전북은 4분 뒤 추가골을 내주며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분위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수비 밸런스, '닥공'보다 중요하다
전북 특유의 공격 축구를 '닥공(닥치고 공격)'이라 부른다. 1골을 허용하면 2골, 2골을 허용하면 3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 물론 그럴 능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상대팀들도 그 점을 안다는 것이 문제다. 전북은 K리그 클래식은 물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전북을 만나면 모든 팀이 수비를 강하게 한 뒤 역습을 시도한다. 전북이 그 역습을 막은 뒤 선제골을 넣으면 경기가 쉽게 풀리지만, 반대의 경우 힘든 경기를 한다. 이날 광저우전은 물론 지난 12일 열린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원정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북은 두 경기서 선제골을 내준 이후 추격을 하는데 힘을 다 쏟아 부었지만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선제골을 넣기 전까지 실점을 하지 않는 수비 밸런스가 전북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 광저우전 완패, 좌절보다는 보완의 기회
완패다. 하지만 좌절을 하면 안된다.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전북은 광저우와 AFC 챔피언스리그서 같은 조에 속해 두 차례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2무였지만 내용면에서는 밀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결과와 반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됐다. 원정경기임에도 광저우와 대등했다. 적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 또한 "이기기 어려운 경기였다"고 털어 놓을 정도였다. 오심의 영향이 없었다면 역전도 노려볼 수 있었다. 전북으로서는 일년 만에 결과는 무승부서 패배가 됐지만, 내용은 패배에서 박빙으로 넘어갔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또한 광저우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문제점들이 모두 보완되거나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북은 앞으로 약해지는 것이 아닌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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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