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드라마, '미드'급이거나 막장이거나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3.19 09: 33

볼 만한 드라마들이 많아졌다.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트렌디드라마의 시대는 가고,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드라마들이 등장해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일명 ‘미드’(미국 드라마) 못지않은 영상미와 내용을 자랑하는 ‘고퀄리티’ 드라마들이 안방을 즐겁게 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이런 ‘미드’급 드라마들과 함께 막장이라 불리는 특유의 전개 방식을 사용하는 드라마들도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
 
‘미드’급 드라마의 대표 주자로는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신의 선물’은 타임 슬립을 소재로 유괴된 후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딸의 사건 발생 2주전으로 돌아가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의 분투기를 그린 작품. 범죄 스릴러인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MBC ‘기황후’의 기세에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하며 만만치 않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같은 방송사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쓰리데이즈’는 전용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 대통령이 실종돼 사라진 대통령을 찾아 사건을 추적하는 경호원과 대통령의 긴박한 내용을 그린 드라마. 한국 장르물을 대표하는 작가 김은희가 대본을 맡았고, '뿌리 깊은 나무'를 연출한 신경수 PD가 메가폰을 잡아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베일을 벗은 작품은 역시 완성도 높은 대본과 긴박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였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드라마들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국내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것은 범죄 스릴러, 추리물 등 장르물이라 부르는 작품들이다. '신의 선물', '쓰리데이즈' 등과 같은 작품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국 범죄 스릴러 드라마의 형태와 많이 닮아있고, 엄청난 제작비와 완성도 높은 대본 등이 더해져 국내 드라마들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들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은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과 전개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막장'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당기는 이 드라마의 흡입력은 대단했다. 특히 극 중 등장한 돈으로 딸들을 차별하는 이앙금(김해숙 분)이나 바람을 피고도 되려 남편에게 큰소리를 치는 왕수박(오현경 분) 같은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한몸에 들으며 시청률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막장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를 구분하는 기준은 모호하지만, 시청자들은 대체적으로 재미를 위해 인과관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거나 현실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사건들을 전개하는 작품들을 막장으로 인식한다.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유지하며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 '기황후' 역시 한동안 막장 논란에 휩싸였었다. '기황후'는 고려 공녀 출신의 몸으로 원나라 황후가 되는 기황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 드라마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럼에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의 제왕으로 자리하고 있다.
'기황후'가 막장이란 의심을 받기 시작했던 것은 주인공 기승냥(하지원 분)이 황후가 되겠다며 나서기 시작한 2막에 해당되는 부분에서부터였다. 연인이었던 왕유(주진모 분)의 아이를 낳은 몸으로 황후가 된다는 설정부터 잃어버린 그 아이가 기가 막히게도 기승냥의 적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손에서 황자로 키워진다는 전개까지 재미는 있지만 왠지 모르게 억지스러워보이는 사건들은 시청자들로부터 "막장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 중반에는 초현실적인 '견고술'이란 저주술이 등장해 주인공에게 위협이 되는 등 흔한 사극에서는 시도되지 않는 '장르의 혼합'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 '미드'처럼 완성도가 높거나 막장극이라 부를만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른바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는 드라마들이나 평범한 통속극은 사실상 시청자들의 큰 반응을 얻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얼만큼 계속될 지, 시청자들의 입맛은 또 어떻게 변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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