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면, 이제 내려오기 싫더라고요."
벌써 정규12집이다. 콘서트를 앞두고 그동안 발표한 곡들을 모아보니 A4용지 세장을 가득 메우더라는 가수 임창정은 "예전엔 노래가 끝나면 '휴'하고 안도했지만, 요즘은 그냥 내려오기가 싫더라. 콘서트를 하고 싶은 욕심에 정규앨범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웃음 바이러스의 위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진짜 웃을 일이 생긴다는 것을 실제 체험해봤다는 그는 마치 주위사람들에 맛집을 추천하듯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라는 신나는 노래도 준비했다. 타이틀곡은 임창정표 발라드 '흔한 노래'. 그는 "음원차트 1위, 솔직히 욕심난다. 내가 1위해서 축 쳐진 내 또래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9일 서울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12집 '흔한 노래..흔한 멜로디..' 발매 인터뷰 일문일답.
- 타이틀곡 소개를 해달라.
"사실 각자 자기 고민이 가장 독특하고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는 모두가 다 겪고 있는 고민일 뿐이다. 그래서 흔한 노래라고 이름을 지었다. 멜로디도 사실 굉장히 흔하다. 이번 앨범에 독특한 곡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 회사에서 모니터한 결과, 이 노래가 가장 쉬우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래다."
- '문을 여시오' 반응이 좋았는데, 신나는 노래는 없나.
"국적불명의 희한한 노래도 준비했다. 요즘 클럽에서 가장 핫한 사람을 섭외해서, 곡은 내가 쓰고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이박사를 모셔서 피처링을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국적 불명의 곡이 탄생했다."
- 콘서트도 준비 중인데.
"DJ DOC 콘서트 게스트를 하다보니까 저렇게 열정적인 분들이 있구나 느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러브 어페어', '그때 또 다시'를 부르고 싶어졌다. 조금이라도 덜 늙은 외모였을 때. 아직 얼굴 괜찮지 않나.(웃음)"
- 가요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건데 떨리진 않나.
"전혀 안떨리고 좋다. 예전엔 무대 울렁증이 있었다. 남의 팬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도 싫고, 그들이 내가 노래하는 동안 입구를 보고 있는 것도 싫었다. 이제는 초월했다. 노래하는데 애들이 앞에서 막 얘기를 한다. '저 아저씨 영화배우 아니야?' '아니야, 야구선수야.' 이러면서.(웃음) 근데 그걸 즐기게 되더라. 예전의 임창정이 아니다. 내려놓으니까, 왜 내 인기가 영원해야 되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노래 끝나면 '휴' 끝났다 그랬다면, 이제는 '노래끝났다. 그냥 내려가기 싫은데 장난이라도 하나 쳐볼까' 그런 생각이 드는거다. 역시, 사람은 없어봐야 아는 것 같다. 어른들 말씀이 다 맞다."

- 은퇴는 이제 안할건가.(웃음)
"창피해서 어떻게 또 하나.(웃음) 만약 해도 조용히 할거다."
- 만약 은퇴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가수 임창정은 어땠을까.
"가요계를 뽀개놓지 않았을까.(웃음) 노래는 오랫동안 할 거 같다."
- 지난해에 버스커버스커와 맞붙어서 음원 1위를 못했는데, 지금 또 다시 '벚꽃엔딩'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1등 했다.(웃음) 몇시간 정도 하다가, 바로 버스커버스커가 나와서 쭉 빠졌지. 음원 1등은 그래도 한번씩 했던 거 같다. 예전에도 슈퍼주니어 나오기전까지 1등한 적 있다. 누가 바로 뒤에 나와서 쭉 끄집어 내리긴 하는데.(웃음) 당연히 음원 1등이 중요하고, 욕심 난다. 내 나이 또래, 힘빠진 이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 어떤 면에서?
"사실 나도 힘들 때가 있었다. 웃는 것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때 생각한 게, 이런 걸 툴툴 털고 일어나는 것도 이상하다. 충분히 고민해보자 했는데 어느날 거울을 보니 심각한거다. 좀만 더 가면 우울증이다 싶었다. 그래서 억지로 계속 웃었다. 억지로 1분만 큰소리 내서 웃으면, 정말 거짓말처럼 1시간 동안 웃는 상이 된다. 찡그리고 싶어도 웃게 된다. 그러다보면 또 웃을 일이 생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맞았다. 이걸 나 혼자 알고 있는 게 너무 아까운거다. 잘하는 맛집, 병원을 알리고 싶은 것처럼 이것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노래를 만들었다.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 바로 그 곡이다."
- 직업이 여러개인데 헛갈리지 않나.
"내 직업은 하나다. 그냥 대중예술을 하는 광대다. 여러분이 원하는 자리에, 어디든지 가있는 광대."
- 이번에 가사도 8곡이나 참여했던데.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시나리오도 세개 써놨다. 가사도 많이 써뒀다."
- 가장 아끼는 노래는 뭔가.
"다 아낀다. 콘서트 하려고 그동안 발표한 곡들을 쭉 봤는데, A4용지 세장이 나오더라. 활동했던 곡만 뽑아도 27곡이다. 조금 더 알려진 곡까지 하니 40곡이었다. 물론 좀 더 어려운 곡과 자신있는 곡은 있다. '기다리는 이유' 같은 곡은 올라가면서도 주눅이 든다. 그런데 '소주한잔', '날 닮은 너', '그때 또 다시'는 '다 죽었어' 그런 느낌이다."

- 신곡은 어떤가.
"아이러니한 게, 이 노래가 정말 어렵다. 지금 컴백 무대를 하고 있는데, 어제 라이브가 맘에 안들어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끊은지 3개월인데, 속상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려했다. 그런데 불을 붙이고도 차마 못하겠더라. 몸에 안좋을까봐가 아니고, 나와의 약속도 못지키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대로 담배를 다 부러뜨려서 휴지통에 넣고 나오는데,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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