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웹툰 열풍이 불더니 이젠 소설 열풍이다. 이미 갖춰져 있는 스토리를 영화화하는 '완제품' 열풍이 스크린에 불어닥쳤다.
개봉 중인 '우아한 거짓말'부터 개봉을 앞둔 '방황하는 칼날', 그리고 영화화가 제작 중인 '7년의 밤', '내 심장을 쏴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등이 줄줄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는 것.
우선 김려령 작가의 소설 '우아한 거짓말'이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원작 영화 열풍에 힘을 싣고 있다. '우아한 거짓말'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막냇동생과 그 죽음의 이유를 밝히려는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배우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같은 날 개봉한 '몬스터'에 밀려 박스오피스 정상을 내줘야 했던 '우아한 거짓말'은 감동과 소소한 재미 등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결국 '몬스터'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 이후 또 한 번의 스크린에서의 성공을 거두게 됐다.
국내에서 '백야행', '용의자X'로 영화화돼 매니아들을 열광케 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소설, '방황하는 칼날'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방황하는 칼날'은 딸을 잃고 살인자가 된 아버지와 그를 잡아야만 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로 배우 정재영과 이성민이 열연을 펼친 작품이다. 원작 소설에선 사회를 향한 뜨거운 화두를 던지는 경향이 강하다면 영화는 조금 더 보편적인 정서를 끄집어 내 한국 사회에 맞는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살인마와 그에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를 다룬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과 두 20대 남자의 정신 병원 탈출기를 다룬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 등도 영화화 단계를 밟고 있으며 한 어린 소녀가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기상천외한 도둑질을 계획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버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역시 영화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원작에 대한 스크린의 러브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건 완성된 스토리에 대한 선호도 때문이다. 이미 형성된 팬층은 물론이거니와 소설이나 웹툰으로 대중을 먼저 만나면서 그 스토리에 대한 대중성까지 입증할 수 있기 때문.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영화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드는데 원작에는 이야기에 대한 평가가 이미 나와 있지 않나"라면서 "지난해 웹툰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만들어진 이야기에 대한 선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 증명돼 있는 콘텐츠 아닌가. 그리고 원작 자체에 팬이 있으니 마케팅 홍보 단계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리고 원작 이야기를 영상으로 단순히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을 넣을 수도 있는 재미도 있다. 원작이 1600년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현대적 재해석이 가능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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