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육성론’ LG, 유망주 무덤 아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3.20 06: 46

“이제 겨우 19살 아닌가. 대학교 신입생이 3, 4학년 선배들한테도 어려워하는데 프로 대선배들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LG 김기태 감독이 신인투수 임지섭(19)을 통해 육성철학을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임지섭의 기용 및 육성에 대해 “2군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키울 생각이다. 선발투수로 가닥을 잡아 놨다. 임지섭은 굉장한 공을 던진다. 재능이 있는 투수인 만큼, 데뷔 무대를 어떻게 만들어줄지 고민 중이다”고 했다.
제주고를 졸업한 임지섭은 지난해 7월 5년 만에 부활한 1차 지명서 LG가 선택한 거물신인이다. 190cm의 장신에 150km를 던지는 좌투수로 서울권 모든 팀들이 임지섭을 노렸었다. 지명 당시 LG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우리와 넥센 두산 모두 임지섭을 염두에 두고 제주고가 배정되기를 원했었다”며 “임지섭 지명은 3년 후를 내다본 결정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김기태 감독과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이 언급한 것처럼, LG는 신예선수들을 섣불리 1군 무대에 올리지 않을 계획이다. 선수층이 단단해진 만큼, 신예선수들이 올라올 틈도 없어졌으며 기량이 정립되지 않는 신예선수에게 부담을 줘서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13시즌에도 LG는 8라운드 신인포수 김재민만 1군에 콜업시켰다. 당시 김재민은 포수들의 집단 부상으로 1군 무대를 밟게 됐다.
김 감독은 “신인들을 마무리캠프에 데려가지 않은 것은 이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위축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이제 겨우 19살 아닌가. 대학교 신입생이 3, 4학년 선배들한테도 어려워하는데 프로 대선배들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며 “스프링캠프서 임지섭에게 이병규(9번)를 세워 놓고 라이브피칭을 시킨 적이 있다. 실전도 아닌데 굉장히 떨면서 던지더라. 그만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LG는 고졸 신인투수들을 곧바로 1군 무대에 데뷔시켰다. 2011시즌 당해 1라운드 지명자였던 임찬규를 개막전 엔트리에 넣었고 2, 3주 후에 불펜 필승조로 기용했다. 2009년 1라운드 한희, 2008년 1라운드 정찬헌도 첫 해부터 1군 무대를 밟았다. 이들 모두 고교시절 뿌렸던 강속구를 프로 무대서도 재현했지만, 시즌 중반부터 프로의 벽을 실감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투수층이 얕았고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게 했다. 특히 정찬헌은 시즌 중반 불펜투수서 선발투수로 전환하기도 했다. 정찬헌은 데뷔해 106⅓이닝, 임찬규는 82⅔이닝을 기록했다. 신체가 다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서 혹사와 마주한 것이다. 결국 정찬헌은 2010년 11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군복무에 임했으며 임찬규 또한 투구 밸런스를 잃고 지난해 12월 경찰청에 입대했다.  
정찬헌은 지난 7일 6년 전 신인이었던 2008시즌에 대해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이런저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전혀 모르고 닥치는 대로 했던 것 같다.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했고, 빨리 성공해야한다는 생각 밖에 안했다”며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부진했고 팬들의 비난 소리가 계속 귀에서 맴돌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이대로 끝났다는 느낌, 벼랑 끝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고 돌아봤다.
김기태 감독의 주장처럼, 앞으로 LG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1년차 선수가 신인왕을 수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7시즌 두산 임태훈 이후 6년 동안 1년차 신인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임태훈 또한 1년차 101⅓이닝을 시작으로 3년차까지 매해 8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혹사당했다. 임태훈은 최근 3년 동안 예전의 강속구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매년 중고신인이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프로야구의 흥미가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그만큼 프로야구가 발전했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만 봐도 보통 1라운드 지명 신인이 3, 4년 동안 5, 6단계를 거쳐 빅리그 그라운드에 선다. 한국프로야구가 발전할수록, 1년차 신인들의 1군 무대를 향한 문이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신예선수들의 성패는 구단 육성시스템에 달려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까지 1군 타격코치를 맡았던 김무관 코치의 2군 감독 선임을 두고 “강한 2군을 만들기 위해 무관 코치님이 나서게 됐다. 무관 코치님께서 2군 유망주를 육성해주시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며 “1군 코칭스태프 못지않게 2군 코칭스태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LG는 경기도 이천에 퓨처스리그 야구장과 연습장 및 실내 농구경기장을 갖춘 LG복합체육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마무리 단계로 2014시즌 LG 2군의 퓨처스리그 무대는 천연잔디가 깔린 이천구장이다. 그리고 7월에는 숙소와 연습시설도 완공, 이천육성 시스템이 100% 가동된다. LG가 유망주의 무덤에서 화수분으로 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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