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큰 기대를 하면 안 된다".
이강철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가 넥센에 온지 약 1년. 이 코치는 넥센 투수진을 보면서 느낀 게 있다고 했다. 절대로 선수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 이 코치는 "어제 잘 던졌다고 다음 번에 또 잘던지겠지 하는 생각도 갖지 않기로 했다. 한 번 잘던졌으면 '아 그랬구나. 다음 번에는 못 던질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많은 넥센 투수들에게는 맞춤형 교육법이다. 워낙 기복이 큰 선수들이 많은 까닭에 코치진이 눈높이를 높이면 선수들은 부담스럽고 코치들은 실망을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 아예 큰 기대를 버리고 선수들을 있는 그대로 보며 현실에 맞춰 지도하겠다는 마음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아예 지난해부터 토종 선발들에게 기대하는 승수도 낮춰서 이야기했다. 염 감독은 "내가 많이 바라면 가장 실망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투수들도 내 기대에 맞추지 못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은 타선이 좋은 팀이기 때문에 마운드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멀리 보고 키울 것"이라고 누차 말해왔다.
올 시즌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넥센 코치진의 '도 닦기'는 계속된다. 넥센은 지난 19일까지 10번의 경기 동안 4.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는 5위에 해당하지만 올해 4강 전력이라고 평가받는 팀 전력을 놓고 보면 아쉬운 수치.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쪽에 가장 큰 비중을 뒀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넥센 코치진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며 투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최상덕 1군 투수코치는 "우리 팀 투수들은 불펜 피칭 대신 시범경기 안에서 자기 공을 테스트해보고 페이스를 올리기로 했기 때문에 결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팀 문제가 제구력이었는데 이번 시범경기 동안 투수들의 탈삼진이 많아진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넥센의 한 경기당 탈삼진은 7.8개로 예년과 달리 9개 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인 볼넷 개수도 한 경기당 4.6개(3위)로 많기는 하지만 확실히 투수들의 구위가 올라갔다는 것이 보이는 수치다. 강윤구, 나이트(이상 11개), 밴 헤켄, 조상우(이상 8개) 등이 탈삼진 부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 시즌까지 페이스를 올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원들이다.
넥센은 시범경기 초반 승승장구하다 NC, 한화 등 지난해 하위권 팀들에게 발목잡히며 3연패(1무)에 빠졌다. 다른 팀들 역시 FA, 외국인 타자들이 수혈되면서 이제 어느 팀도 약한 타선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구도가 됐다. 결국 올해 성적을 가르는 것은 마운드 싸움. 넥센의 젊은 투수들이 코치진의 인내 속에 팀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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