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율 0.667’ 나주환 비상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20 09: 00

자존심 회복이라는 대명제를 위해 땀 흘렸던 노력이 서서히 결실로 드러나고 있다. 나주환(30, SK)의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보면 그 어떤 타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SK의 희망도 나주환이라는 이름 석 자 앞에서 커진다.
나주환은 전지훈련과 시범경기를 거치며 식지 않는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두 달이 넘는 대장정에 지칠 법도 한데 나주환의 방망이에는 물이 묻을 기미가 전혀 없다. 성적은 리그에서 최정상이다. 오키나와에서 가진 12번의 연습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출루율 3할7푼5리를 기록했던 나주환은 시범경기 5경기에서는 타율 5할(12타수 6안타)에 출루율 6할6푼7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점도 4개를 수확했다.
아직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그동안 흘린 땀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주환은 지난해 부진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맞은 첫 시즌에서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덤벼들었다가 한계를 맛봤다. 스스로는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그런 나주환은 어린 선수들이 주로 참여하는 교육리그에 가 초심을 찾았고 결혼과 함께 책임감도 가슴에 품었다.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면서도 불평 불만이 없었다. 코칭스태프가 가장 큰 기대를 모은 대목도 이 부분이다.

그 결과가 현재의 타격감이다. 5할의 타율도 놀랍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6할6푼7리의 출루율이다. 18타석에서 안타 6개를 뽑아내는 동시에 볼넷도 6개를 골랐다. 13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세 번의 타석 모두 볼넷을 골라나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볼넷을 골라야겠다’라는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은 아니다. 타격감이 워낙 좋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라는 게 나주환의 설명이다.
나주환은 “흔히 타격감이 좋으면 공이 크게 보인다고 하지 않나. 최근 그런 상태이다 보니 칠 수 있는 공과 흘려보낼 공을 구분할 수 있는 것 같다. 빠지는 공은 무리하지 않다 보니 볼넷도 많아졌다”며 최근 높은 출루율의 비결을 말했다.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예년에 비해 많은 훈련을 소화한 만큼 그 지속성에 대한 믿음감은 더 커진다.
수비도 안정적이다. 정근우(한화)의 이적으로 빈 2루의 주인공이 된 나주환이다. 프로 데뷔 초창기 때 2루를 보긴 했지만 최근 주로 유격수를 소화했던 나주환이라 이 포지션이 조금은 낯설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나주환은 완전히 정반대가 된 송구 방향과 수비 위치에서도 불구하고 무난히 이 포지션에 적응하고 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합쳐 아직까지 실책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공·수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나주환의 상승세가 이제 정규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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