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돌’, 이렇게 뻔한 로맨틱 코미디? 왜 보나 싶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3.20 08: 25

이 드라마 참 묘하다. 평범한데 자꾸 눈이 간다. 전(前)남편과 전부인의 재회기를 그리고 있는 점만 빼면 참으로 평범하고 통속적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다. 그럼에도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극본 이하나 최수영 연출 고동선 정대윤)는 동시간대 찾아볼 수 없는 유쾌함과 코믹함을 무기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앙큼한 돌싱녀’에서는 오해 속에 티격태격 다툼을 계속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서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차정우(주상욱 분), 나애라(이민정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나애라와 차정우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차정우는 나애라가 상사 피송희(유영 분)와 복도에서 몸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고 화를 냈다. 사실 나애라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피송희에게 빼앗겨 그렇게 된 것이었지만 사정을 알지 못하는 차정우는 나애라를 여전히 이기적인 사람이라 몰아 붙였다.

오해는 계속됐다. 나애라가 홀로 야근을 하는 사실을 알게 된 차정우는 그에게 저녁을 사려 사무실을 찾았고 나애라과 국승현(서강준 분)이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등을 돌렸다.  
그러나 방송 말미 두 사람은 다시 얽히게 되며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증명했다. 분장을 한 채 CF 촬영을 함께 찍게 된 것. 앞서 차정우는 회사 직원들의 제안으로 메신저 사연 공모 당첨자와 함께 CF를 찍을 상황에 놓였고 나애라는 피부 트러블로 인해 촬영이 불가피해진 사연 당첨자 피송희를 대신하게 됐다.
얼핏 두 사람의 관계는 티격태격 앙숙 같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한 미련이 묻어나 눈길을 끈다. 차정우는 나애라 어머니가 챙겨 준 식사를 하면서 신혼 시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자신의 끼니 만큼은 열심히 챙겨줬던 나애라를 떠올렸다. 나애라는 차정우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의 달라진 태도에 내심 섭섭함을 느끼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사실 두 사람이 보이고 있는 현재의 과정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티격태격 하다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보게 되는 것. 그러나 이 평범함을 살리고 있는 것은 망가짐과 진지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두 주인공의 연기와 고동선 감독 특유의 코미디를 살린 연출법이다.
주상욱은 애절한 눈빛으로 여전히 나애라를 향해 남아 있는 사랑을 표현한다. 겉으로는 이기적이라 욕하고, 다그치지만 그의 이런 원망은 과거 나애라를 많이 사랑했고 지금도 그 마음이 남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상욱은 이처럼 이중적인 차정우의 마음을 순간순간 보이는 눈빛과 표정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
이민정 역시 과거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 남편 앞에서는 이를 티내지 않은 채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나애라의 내면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차정우의 한 마디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면서도 꿋꿋하려 노력하는 나애라의 성격은 이민정을 통해 실감나게 표현된다.
고동선 감독 역시 특유의 카메라 앵글과 드라마 곳곳에서 등장하는 코믹한 설정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때문에 평범한 로맨스에서 그칠 수 있었던 '앙큼한 돌싱녀'는 볼만한 드라마로 꾸려졌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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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돌싱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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