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는 절대 게스트에게 친절하지 않은 토크쇼다. 근황 토크는 MC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장으로 이용돼 출연자들 압박하고, 최근 떠도는 소문과 감추고 싶은 속사정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19일 방송은 이런 '라디오스타' 특유의 매력이 잘 드러난 경우였다.
이날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서는 '내 위주로 해주세요' 특집으로 영화평론가 허지웅,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 가수 쌈디, 블락비의 지코가 출연해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했다. 이들은 자신들 위주로 방송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했지만 MC들은 절대 호락호락하게 그들을 놔두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은 출연자들보다 MC 위주로 돌아가는 판국이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MC들은 쌈디에게 레이디제인과 관련한 질문을 폭풍처럼 쏟아내며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 쌈디와 레이디 제인은 연예계 공인 커플로 약 6년간 교제했지만, 지난해 결별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조심스러운 게 사실. 하지만 '라디오스타'에서는 달랐다. 쌈디는 레이디제인과 결별한 후 첫 토크쇼에 출연해 진땀을 뺐다.

두 사람을 놀리기 위해 MC들은 특유의 자극적 질문 공세를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끝까지 쿨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약 6년간을 사귄 쌈디와 레이디제인의 이별은 이날 방송에서 MC들에게 가장 큰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코도 지난 2012년 태국에서의 막말 논란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MC들은 "태국에서의 막말 논란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거냐"고 대놓고 물었다. 지코는 "당시 태국에 큰 홍수 피해가 났다. 그런데 그땐 제가 어렸고 그저 재미있게 인터뷰를 하려다 실수를 했다"며 "그렇게 큰일이 있는 줄 모르고 '태국 팬들에게 위로의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농담을 해버린 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다시 사과 드리겠다"라며 재차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허지웅 역시 MC들의 질문 공세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막말 논란과 여자 연예인에게 대시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까지 거침없는 공격을 받았다. 평소 말을 잘하기로 유명한 허지웅이지만 강적을 만나 상대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출연자들에게 '라디오스타'에서는 굉장히 불편한 토크쇼일 수 있다. 원치 않은 주제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다 펼쳐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도 연예인들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고 있는 이유는, 본인들 주변에 떠돌고 있는 각종 소문과 논란에 대해 속 시원하게 얘기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출연자들은 조심스럽게 자신과 관련된 아픈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탈탈 털어 버릴 수 있다는 게 '라디오스타'의 참 매력이 아닐까. 속물 토크쇼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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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라디오스타'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