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 힘으로 강세...전북, 우리 갈 길 간다 '자생 구단 추진'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3.20 12: 59

중국 축구가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의 대항마로 꼽히는 전북 현대는 같은 방법을 사용한 대응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축구가 달라진 모습이 확연하다. 지난해 중국은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절정에 올랐다. 이에 이번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 산둥 루넝과 베이징 궈안도 엄청난 투자를 시도해 전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가 3차전까지 끝난 지금 순위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4개의 구단(광저우, 산둥, 베이징, 구이저우 런허) 중 구이저우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각 조 1위에 올라 있다. 아직 갈 길이 절반이나 남았지만, 한 차례씩 대결을 한 만큼 지금의 결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 구단들이 축구에 투자하는 돈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에 이른다. 광저우의 경우 한 해 운영비가 1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현역 이탈리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알레산드로 디아만티를 700만 유로(104억 원)의 이적료에 영입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산둥도 브라질 대표팀 출신의 공격수 바그너 로베를 1200만 유로(약 178억 원)에 영입하기도 했다.
사실 축구에서 자본 만큼 전력을 끌어 올리는 쉽고 강력한 수단도 없다. 최근 거액의 자본으로 유럽에서 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맹은 물론 기존의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 등도 다른 구단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써서 전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북 현대는 조금은 색다른 방법으로 중국의 자본 축구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모기업 현대자동차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을 일정 기간 유지는 하되, 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받는 지원의 비중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을 남기지 못하는 이상 구단의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거액의 자본을 투자해 이에 상응하는 수익을 남기지만 중국과 같이 자본만 앞세운 축구는 자본이 끊기는 순간 순식간에 쇠퇴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첫 걸음은 관중 늘리기다. 전북이 이번 시즌 목표로 하는 평균 관중은 2만명이다. 지난해 평균 관중이 1만명을 조금 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높은 수치다. 게다가 전주시 인구(65만 명)보다 훨씬 많은 수원과 서울의 평균 관중의 지난해 1만 8000여명, 1만 7000여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철근 전북 단장은 "경기가 잘 진행되고 결과가 좋게 나오면 목표 달성이 쉽게 될 것이다. 하지만 기대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올 경우에는 사무국에서 심혈을 기울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관중 모으기를 할 것이다. 특히 지역 밀착을 통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눈에 띄게 관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며 "축구에 대한 관심이 A매치에만 몰려 있고 K리그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힘든 면이 있다. 그래도 우리 구단의 경우 고정팬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 단기간에 관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급함은 버렸다. 대신 1년에 1000명씩 10년에 걸쳐 1만명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 단장은 "지금은 전주시외계층, 소외계층을 상대로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배식과 팬사인회 등을 펼쳐 우리 구단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가고 있다"며 "중점적으로 하는 것은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선수들이 함께 하는 방법으로 축구를 접하게 하고 있다. 8세 이전부터 K리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다면, 1년에 1000명씩을 늘려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전북 축구를 접하게 되면 대표팀보다는 전북이라는 팀을 '나의 팀'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중소도시라고 관중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전북의 관중 늘리기는 자생 구단이 되기 위한 움직임이다. 지금처럼 모기업 현대자동차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그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이 걱정하는 것과 같이 지원을 대폭적으로 줄여 전력이 급감하는 사태가 아닌, 구단의 순수 수익을 늘려 모기업의 지원 비중이 줄어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우리는 10년을 보고 있다. 평균 관중 3만명이 된다면 광고 수익이 늘어날 것이다. 10년 뒤에는 구단 수익으로 운영의 50%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클럽하우스를 바탕으로 한 유소년 시스템이 점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만큼 선수 이적을 통한 수익도 증대될 것이다. 이미 18세와 15세 팀은 만들어졌고, 12세 이하 팀도 정착이 된다면 지역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키워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선수 이적을 통한 수익 비중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철근 단장이 밝힌 모델은 유럽의 성공한 구단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돋보이는 건 전북과 교류가 잦은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이다. 리옹은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와, 아템 벤 아르파(뉴캐슬) 등의 선수들을 대거 키워 이적시켜 엄청난 수입을 거두어 들였다. 또한 꾸준히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 프랑스의 전국구 구단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알렉산드레 라카제트(리옹)와 막심 고날롱(리옹) 등 유럽 빅클럽에서 탐내는 프랑스 대표팀 출신의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 단장은 "국내에서 유소년 시스템이 잘 잡힌 곳이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도 잘하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정착시키려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160여개국에 수출하는 것처럼 우리 또한 좋은 선수를 배출해 많은 축구 선진국에 진출시키고 싶다. 우리 구단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현대자동차가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만큼 선수를 진출시키는 데에도 이점이 되고 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현대자동차와 축구를 융합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10년 뒤에는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모기업에게 힘이 되려고 한다"고 전했다.
sportsher@osen.co.kr
전북 현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