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지만 상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윤석민(28, 볼티모어)이 두 번째 시범경기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칭찬 속에서도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윤석민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2-6으로 뒤진 5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2이닝 동안 2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탈삼진 1실점했다. 1피안타는 솔로 홈런 한 방이었다. 장타를 맞은 것은 아쉬웠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무난하게 돌려세우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0마일(145㎞) 가량으로 자신의 최고치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직은 100% 컨디션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제구가 낮게 잘 됐다. 빠른 템포로 상대 타자들을 압박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위력도 수준급이었다. 닉스에게 맞은 솔로 홈런 하나 외에는 땅볼이거나 뜨더라도 그리 멀리 뻗어나가지 않았다. 피홈런 하나보다는 나머지 타자들과의 승부가 더 강한 인상을 남긴 등판이었다.

윤석민은 이 경기 이후 마이너리그행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윤석민이 못 던져서 그런 것은 아니다. 계약이 늦었고 비자 발급 문제 때문에 시범경기 데뷔가 늦었던 윤석민은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그런데 다른 투수들도 던져야 하는 시범경기 일정에서 윤석민만 많은 기회를 얻기는 어렵다. 때문에 좀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트리플A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며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라는 배려로 볼 수 있다.
이런 볼티모어의 생각은 쇼월터 감독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쇼월터 감독은 윤석민의 트리플A행 결정 이후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라며 메이저리그 승격 가능성이 충분함을 시사했다. 마이너리그행 지시에 대해서는 “그는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평이었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 등판(16일 뉴욕 양키스전)보다는 더 나았다”라고 총평한 뒤 “내 생각에 그는 오늘 더 많은 그의 구종을 던졌고 좋은 딜리버리를 선보였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라고 칭찬했다. 마이너리그행은 전략적인 것이지만 윤석민의 구위 자체와 다양한 구종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는 의미다.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고 성과를 내면 시즌 개막 후 어떤 시점에 승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쇼월터 감독의 생각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어떤 변수가 생겼을 경우 가장 먼저 호출할 수 있는 입지를 만든 것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마이너리그에서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최대한 빨리 자신의 100% 상태를 찾는 것이다. 마이너리그행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분명 출발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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