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파워-스피드 동시에 발휘…부활 청신호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3.20 16: 04

고영민(30, 두산 베어스)이 장타력과 빠른 발을 한꺼번에 과시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고영민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7번 타순에 배치된 고영민은 1-0의 불안한 리드를 3-0으로 바꾸는 투런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고영민의 활약 속에 두산은 5-2로 승리하며 시범경기 첫 연승을 거뒀다.
이날 고영민의 한 방은 박빙이던 승부의 흐름을 두산쪽으로 가져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두산이 1점 리드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유희관과 송창현의 좌완 선발 맞대결은 팽팽했다. 언제 전세가 역전될지 모르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그 흐름은 고영민에 의해 기울었다. 5회말 선두타자 장민석이 송창현의 노히트 행진을 깼고, 후속타자로 나온 고영민은 볼카운트 2B로 유리한 상황에서 높은 코스에 몰린 송창현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부활을 외쳤던 고영민은 시범경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잉날 한 번에 모두 보여줬다. 첫 안타부터 타점, 홈런을 모두 만들어냈고, 볼넷으로 걸어 나간 7회말에는 2루 도루도 성공시킨 동시에 상대 송구 실책에 의해 3루까지 내달렸다.
이것이 넓은 수비범위와 함께 고영민이 이번 시즌 두산을 위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전성기였던 지난 2007년에 12홈런을 기록했을 만큼 고영민은 펀치력이 있다. 또한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를 당황케 하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는 고영민의 전매특허다. 고영민은 이날 자신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을 모두 발휘했다.
발이 빠르다는 것은 같은 포지션의 오재원과 비슷하지만, 고영민은 오재원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선수다. 오재원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영민은 포지션이 2루수로 한정된 대신 장타력에서 오재원보다 기대치가 크다.
플래툰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 송일수 감독의 특성상 상대가 좌완 선발을 낸다고 해도 오재원 대신 고영민이 무조건 선발 출장하게 될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남은 시범경기와 개막 이전까지 있을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비중은 늘어날 수 있다.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고영민이 2009년부터 이어진 기나긴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두산의 관심거리 중 하나다. 절치부심한 만큼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지금의 결과가 낳은 자신감을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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