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만 남았다. 내가 우리 팀 최후의 경기 진행요원이다.”
LG 슈퍼스타 이병규(9번)는 위트가 넘친다. 말이 많지는 않지만 이따금씩 덕아웃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대상은 주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베테랑이다. 이진영이 2루 땅볼만 세 번 치면 “우리의 2땅 선생님 나오셨네”라며 이진영을 소개한다. 박용택과 자신 중 한 명이 부진하는 날에는 무한 디스전이 펼쳐진다.
그런데 최근 이병규는 대상이 없다. 자신을 제외한 베테랑 모두가 타격 페이스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배들까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병규는 2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테랑들은 다 경기 진행요원이었다. 우리가 나오면 경기가 정말 빨리 진행된다. 그런데 후배들이 나온 경기는 정말 길어진다. 그만큼 선배들은 못치고 후배들은 잘 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는 지난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신예 선수들 위주의 라인업으로 16안타를 폭발, 12-2 대승을 거뒀다. 19일 상동 롯데전서도 9-10로 패했지만 20대 선수들 위주로 선발 출장해 12안타를 쳤다. 자연스레 경기 시간은 길어졌다.
이어 이병규는 “그런데 점점 경기 진행요원이 줄어들고 있다. 나와 정성훈이 마지막까지 경기 진행요원으로 남을 것 같았는데 정성훈이 어제 홈런을 쳐버렸다. 나는 여전히 타율이 7푼7리다. 이제 나만 남았다. 내가 우리 팀 최후의 경기 진행요원이다”고 자학했다.
이병규의 자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병규는 “이제 내가 아프다거나 안 나온다고 해도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아마 오히려 어린 선수들은 자신이 출장기회가 생기니까 좋아할 것이다. 한 후배는 내게 지명타자로도 나가지 말라고 한다. 참 이거 웃어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병규에게 시범경기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3안타씩 몰아치며 타율을 부쩍 올리는 타자가 이병규다. 게다가 올 시즌은 지난 2년과 다르게 햄스트링 부상 없이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이병규가 타격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벌써부터 너무 세게 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페이스를 천천히 올리라고 한다.
이병규 역시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처음부터 뛸 수 있다. 괜찮아 질 것이다”며 “아프면 안 된다. 조금 아파도 아프다고 얘기할 수 없다. 지금 봐라. 다들 잘하고 있다. 아프면 그냥 대충 쉬고 오라고 할 것이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병규는 “그래도 참 잘 된 일이다. 그만큼 팀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 야구는 역시 이겨야 재미있다”며 “(정)의윤이에게 좋은 기운 좀 전달해 달라. 정말 많이 좋아졌다. 한창 잘 하고 있는 만큼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2014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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