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말리부 디젤’이 마침내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냈다. 20일, 강원도 홍천을 출발해 한계령을 넘어 경포대로 이어지는 130km 시승 코스에서 ‘말리부 디젤’은 파사트를 가볍게 언급하는 한국지엠의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보여주었다.
3월초부터 ‘말리부 디젤’은 영상 광고를 시작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 ‘쓰레기’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우가 메인 모델이다. 시승 구간 내내 ‘말리부 디젤’은 ‘쓰레기’와 오버랩 됐다. 왜 말리부 디젤은 CF 모델로 ‘쓰레기’를 선택했을까?
한국지엠 마케팅본부 이경애 전무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중형차 최초로 2.0 디젤 엔진을 추가해 중형차 시장의 기준을 바꾸는 트렌드 세터 모델인 ‘말리부 디젤’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따뜻한 내면과 세련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외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정우를 통해 말리부 만의 특별한 가치를 어필할 것이다”라고.

▲ ‘쓰레기’는 오빠다
이경애 전무의 말처럼 ‘말리부 디젤’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는 ‘성나정’과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오빠 이상으로 믿음직한 ‘오빠’다. ‘성나정’의 주변부를 형성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천생 오빠다.
‘말리부 디젤’은 조용하면서도 믿음직했다. 디젤 승용차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주로 지적하는 ‘소음 문제’가 ‘말리부 디젤’에서만큼은 논외가 될 법하다.
한국지엠의 파워트레인부문 부사장인 박병완 박사는 미디어 행사장에서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흡음제 사용을 대폭 늘려 소음 진동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함께 차를 몰아본 다른 기자도 “말리부 디젤의 정숙성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평했다.
급가속과 급정거에 대응하는 말리부 디젤의 자세도 훌륭했다. 코너링에서의 불안감은 남아 있었지만 미국차와 유럽차의 중간 정도로 세팅 된 서스펜션이 디젤 엔진과 안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 ‘쓰레기’는 데면데면했다
‘응답하라 1994’에서 ‘사랑’에 눈 뜬 성나정을 안달하게 한 요소는 ‘쓰레기’의 데면데면함이었다. 좀처럼 ‘오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쓰레기’의 반응에 ‘성나정’은 짝사랑으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다.
‘말리부 디젤’의 정숙한 특성은 운전자로 하여금 ‘디젤 승용차’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스럽게 한다.
말리부 디젤을 소개하는 한국지엠의 수사에는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높은 경제성”이 맨 앞 줄에 선다. 그러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높은 경제성’은 사실 모순 된 형용이다. 주행성능이 다이내믹하면 경제성은 포기해야 하는 양립요소다.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한결같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높은 경제성’을 외치는 이유는 아직 어느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말리부 디젤’은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보다는 ‘높은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디젤차 특유의 높은 응답성과 파워를 자제시킨 대신에 복합연비 13.3km/L(고속주행연비 15.7km/L, 도심주행연비 11.9km/L)의 연료 효율을 이뤄냈다. 홍천에서 한계령을 올라가는 오르막구간에서 14km/L의 연비를 보였다. 한계령에서 경포대에 이르는 내리막구간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연비가 측정 됐다.
▲ 그래도 ‘쓰레기’는 남자였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감정이 ‘사랑’임을 확인한 이후에는 사람이 달라진다. 나정을 향한 열정과 애정을 ‘남자’처럼 제대로 보여준다.
독일 오펠(Opel)이 생산한 2.0 디젤 엔진과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아이신(AISIN)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말리부 디젤’은 요란스럽지는 않았지만 역시 디젤은 디젤이었다. 즉각적인 반응이 없어 답답함이 느껴지는 순간, 속도계의 바늘은 이미 고속 구간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한국지엠 박병완 부사장은 “말리부 디젤의 파워트레인에는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작용하는 오버부스터(overboost)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시 사용할 경우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짧은 시간 폭발적인 힘을 보내는 오버부스터다.
말리부 디젤은 최고 출력 156마력에,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35.8kg.m의 최대 토크를 내는 직접연료분사 방식의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채택했다. 여기에 오버부스트 기능이 적용 되면 38.8kg.m의 최대 토크를 제공한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할 때 매우 효과적이다.
▲ ‘쓰레기’는 지금 대세다
‘쓰레기’ 정우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오랜 무명생활을 뒤로 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말리부 디젤은 국내 중형 세그먼트 최초로 2.0 디젤 엔진을 추가함으로써 중형차 시장의 트렌드 세터가 되고자 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일단 한국 시장의 반응에 고무 돼 있다. 마크 코모 한국지엠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말리부 디젤의 초기 시장 반응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한다”고 말했다. 판매가격도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LS디럭스 2,703만원, LT디럭스 2,920 만원으로 책정해 꽤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폭스바겐의 파사트를 구체적으로 지목해 여러 가지 스펙을 비교하며 은근히 경쟁차종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빼놓지 않는 말이 ‘가격대비’라는 말이다. 유럽 수준의 성능에 경쟁력 있는 가격을 갖췄다는 자신감이다.
‘고품질 유러피언 드라이빙’을 표방하고 있는 말리부 디젤이 “시장과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내수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형차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말처럼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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