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여전히 마음 따뜻한 구대성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3.21 06: 13

[OSEN=LA(미국 캘리포니아), 박승현 특파원]연일 화제가 되고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는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이야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으려 한다.
류현진이 구대성의 수입에 대해 언급했다. “난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구단에서 받아야 한다고 해서”라는 구대성의 말과 함께 2,500달러에서 3,000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그 다음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받는 돈 대부분 구단 선수들과 식사하는데 사용한다고 하는 내용이다.  류현진과도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시드니 시내에서 따로 만나 식사 했다. 구대성은 20일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다저스 타선을 잠재우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일본 오릭스에서 마지막 시즌을 맞았던 2004년 구대성은 그렇게 편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오릭스의 이하라 하루키 감독은 유독 구대성에게 야박하게 굴었다(이하라 감독의 한자 이름을 한국식으로 읽으면 윤춘수다. 그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계라고 믿는다). 이미 3년간 오릭스에 공헌한 베테랑을 툭하면 2군으로 보냈고 등판기회도 가급적 줄이려 했다(심지어 선발 등판을 예정해 놓고 결과에 관계없이 2군으로 보낸다는 말도 했다). 참다못한 구대성이 심야에 구단 고위층과 면담, 트레이드를 요구한 적도 있다. 

이런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어쩌다 경기를 보러 찾아가는 기자에게 구대성이 잊지 않고 한 것이 있다. 꼭 밥 한끼 먹여서 보낸 것이다. 자신의 경기결과와도 상관 없었다. 한 번은 지바에서 경기를 마치고 도쿄 숙소로 돌아간 뒤 굳이 도쿄로 오라고 해서 간 적도 있다. 얻어 먹는 것이 미안해 계산이라도 할라치면 정색을 하고 “왜 이러냐”고 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충분히 체재비 받는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한국에선 최고연봉 선수에게도 밥은 내가 산다는 원칙 아닌 원칙을 갖고 있는 기자였지만 ‘고향 까마귀’에 대한 구대성의 진심이 느껴져 정말 고마워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구대성의 모습에서 세월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전한 구대성의 마음씨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 고마웠다. 사람이 사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저렇게 넉넉함을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제대로 산 인생이고 성공한 삶이라 믿는다.
구대성 선수 일본에서 밥 잘 얻어 먹었던 박승현 입니다. 호주에서 행복하세요. 언젠가 볼 날도 있겠지요.
사족 하나 더. 기자가 일하고 있는 OSEN의 경영진 분들도  모르는 일화. 2004년 여름 OSEN이 창간하려고 할 때(아직 기자는 타회사 소속) 구대성과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갑자기 구대성이  “거기  투자자는 몇 %의 수익을 낼 수 있는거죠?” 라고 물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제가 투자하려구요. 처음 회사 세우려면 자본금 모으는게 큰 일이잖아요. 도와드릴 겸 투자할 겸 ”이라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아직 한국은 온라인 컨텐츠 생산이 돈벌이가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말리긴 했지만.
nangap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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