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송일수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적어도 내야만 놓고 보면 그렇다.
두산 내야의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마저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오승환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때리며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오재일이 떠오르고 있고, 고영민까지 시범경기 막바지 페이스를 올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송 감독에게 오재일의 활약에 의한 칸투의 포지션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고 묻자 송 감독은 “행복한 고민이다. 칸투의 부상이 없었다면 마산 NC전 2경기에 칸투를 3루수로 기용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15일 광주 KIA전에서 펜스에 부딪힌 칸투를 NC와의 2연전에서 쉬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칸투를 3루에 투입해 오재일과 동시에 활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송 감독은 “오재일이 예전부터 타격이 좋아서 (칸투를 3루에 넣을)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재일의 활약은 칸투는 물론 이원석까지 압박해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오재일은 지난 19일 마산에서 있었던 NC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볼넷이 하나 있었고, 1회말 첫 타석에서 만들어낸 타구는 정현석에게 잡히기는 했지만 외야 우중간을 가를 수도 있었던 날카로운 장타성 타구였다.
19일 경기에서 오재일이 송 감독을 기쁘게 했다면, 20일의 주인공은 고영민이었다. 고영민은 20일 잠실 한화전에서 좌완 송창현을 공략해 뽑아낸 좌월 투런홈런 포함 3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에 도루까지 곁들여 팀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수년간 1군에서 주전 자리를 굳힌 오재원이 주전이라고 보는 편이 옳겠지만, 오재원에게 휴식이 필요할 때나 부상, 부진이 겹칠 경우에는 언제든 고영민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게 한 것은 팀 전체로 봤을 때 긍정적인 부분이다.
송 감독은 이미 선발진 구성을 마친 상황에서 불펜의 일부와 백업 포수를 제외한 팀의 큰 부분을 어떤 인물들로 채울지는 결정했다. 대부분의 구상을 끝낸 상황에서 나온 이들의 활약은 그래서 송 감독에게 더욱 행복한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송 감독의 고민이 어떤 결정으로 결과를 맺을지 궁금해진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