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강명구(34)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는 사고를 당했다. 강명구는 "정확히 2월 11일이었다. 주루 훈련 도중 '볼' 외치길래 돌아보다가 왼쪽 머리를 강타당한 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며 "사고 직후 상황은 다 기억이 나는데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기 귀국 통보를 받은 강명구는 12일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타구를 맞은 왼쪽 부위에는 피가 고여 있고 반대편에는 공기가 차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 강명구는 "처음에는 별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해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쉬면 괜찮다길래 그때 연락했다가 아내에게 혼났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머리 쪽 부상은 그 후유증이 더 무섭다. 가깝게는 팀 동료인 채태인이 뇌진탕 후유증으로 2년이나 고생했고 멀게는 김태균(한화)과 최희섭(KIA) 모두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뒤 고전했다. 강명구 또한 "후유증이야 있겠지만 참고 하면 되지 않을까 정신력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며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두려울 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잘 알려진대로 강명구는 대주자 전문 요원.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는 게 그의 역할이다. 만 34세 대주자의 삶은 어떠할까. 그는 말했다. "불안의 연속"이라고. "그래도 내게 주어진 역할을 꾸준히 하다보니 조금씩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는 게 강명구의 말이다.
'스페셜 리스트'라는 표현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현재 모습에 만족하는 건 결코 아니다. 강명구는 "지금껏 해온 게 많으니 아깝기도 하고 후회가 남을때도 있다. 기회가 왔을때 잡았으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동안 주전 도약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불러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강명구는 내야 전 포지션 뿐만 아니라 코너 외야까지 소화 가능하다. 하지만 수비할때 좀 더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강명구 또한 잘 알고 있다. "어느 만큼 안정감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18일부터 재활군에 합류한 그는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릴 계획. 내달 7일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강명구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었다.
"해마다 특별한 목표는 없었다. 그저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필요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공백이 생기면 메우고 '이 상황에서는 강명구가 필요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 아마도 선수 생활이 끝날때까지 듣고 싶은 이야기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좋겠지만 이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디서든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니까".
강명구는 접전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백업 요원. 상대의 허를 찌르는 그의 베이스 러닝은 단연 일품이다. 명품 조연이라는 표현은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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