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유희관 스타일이다".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앨버스(29)가 '외국인 유희관'으로 뜨고 있다. 앨버스는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시범경기를 통해 위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날 앨버스는 선발로 나와 4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14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느린 공이었지만 탈삼진 5개로 위력을 뽐냈다.
이날 앨버스는 총 65개의 공을 던졌는데 그 중 42개가 직구였다. 직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정작 구속은 빠르지 않았다. 최고 137km, 최저 130km. 외국인 투수는 물론 국내 투수들과 비교해도 느린 스피드다. 하지만 탈삼진 5개 중 4개의 결정구가 직구였다는 점에서 앨버스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2경기 연속 앨버스와 호흡을 맞춘 한화 포수 김민수는 유희관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앨버스는 유희관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공이 느린 만큼 제구는 확실히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약 10승 투수로 발돋움하며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두산 좌완 투수 유희관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평가다.
이날 앨버스의 피칭을 바로 뒤에서 지켜본 문승훈 심판위원도 "앨버스는 한마디로 유희관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며 "제구력이 좋고, 볼끝도 비슷하다. 구속은 느려도 볼끝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희관 역시 140km에도 미치지 못 하는 느린 공 던지지만 타자 앞에서 볼이 살아오는 느낌을 주는 투수다.
여기에 능수능란한 볼 배합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을 상대로 앨버스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직구를 결정구삼는 패턴을 보였다. 포수 김민수는 "기본적으로 사인은 포수가 내지만, 앨버스가 직접 내는 사인도 있었다"고 했다. 볼 배합의 주도권을 앨버스가 가졌고,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투구 패턴을 보였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도 "앨버스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능하다. 커맨드와 디셉션이 좋기 때문"이라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기본적으로 던지지만 아직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다른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한 텀 늦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현재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니라는 뜻으로 더 보여줄 수 있다는 뜻.
문승훈 심판위원도 "앨버스가 거의 직구 위주로 던졌다. 변화구는 그렇게 많이 던지지 않았는데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던졌다. 지금은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다 보여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앨버스는 직구(42개) 위주로 던지며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5개) 커브(3개) 순으로 던졌다. 슬라이더가 커터처럼 보일 정도로 볼끝 움직임이 날카로운 편이다.
앨버스도 "지난 경기보다 많이 안정됐다. 전반적으로 직구 제구가 잘 되고 있다"며 "몸 상태도 문제없다. 개막까지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구속에 대해서도 "시즌 개막 때에는 3~4km 정도 더 빨리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난 컨트롤 피처"라고 강조했다. 투수에게 스피드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앨버스가 '외국인 유희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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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