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우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우려와 기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3.23 06: 14

이번 시즌 두산 베어스의 5선발로 나설 이재우(34)는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유희관과 크리스 볼스테드가 시범경기에서 활약한 데 비해 더스틴 니퍼트와 노경은은 부진했지만, 이들은 각각 3년,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선수들이라 올해 역시 주위의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이재우에게는 우려의 시선이 남아 있다.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이재우의 문제점은 제구력이었다. 이재우는 2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6개 내줬다. 이는 피안타율이 .200으로 낮았음에도 평균자책점이 6.43으로 높았던 이유다. 22일 문학 SK전에서는 5이닝을 던지는 중에 볼넷 허용이 2개뿐이었지만, 피홈런이 2개였다. 홈런은 제구 문제로 공이 가운데에 몰리는 것과 관련이 깊다.
22일 SK전에서 이재우가 던진 공을 보더라도 문제는 제구였다. 이날 이재우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34km에서 최대 144km까지 나왔다. 5이닝 2피안타 8탈삼진 3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서 보여준 포심 패스트볼 구속(131~143km)과 비교해 조금 더 좋다.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나섰을 때와 비교해도 구속이 올라온 상태이기 때문에 이재우의 구속은 정규시즌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소폭 상승할 수는 있지만 획기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구속이나 구위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으나,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제구가 과제다.
희망을 보여준 것은 4회와 5회다. 송 감독도 이날 이재우의 피칭에 대해 4회와 5회는 좋게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3회까지 고전했던 이재우는 4회말과 5회말 SK 타선을 맞아 2이닝을 삼자범퇴로 넘겼다. 특히 5회말에는 상위타선을 만났음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은 점이 고무적이다.
주목할 점은 6개의 아웃카운트 중 5개가 외야 플라이였다는 점이다. 이재우는 땅볼을 유도하는 성향의 투수가 아니다. 셋업맨으로 전성기를 달릴 때도 포크볼을 결정구로 쓰며 삼진을 잡거나 내, 외야에 뜨는 타구가 많았다. 4회와 5회에 보여준 투구는 이재우 자신에게도 다가올 시즌을 위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시범경기 성적은 나빴지만, SK전 4회 이후의 피칭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 이재우에게도 희망이 있다. 5선발로 나서는 이재우의 경우 다음 순번에 있는 투수가 불펜 없이도 한 경기의 많은 부분을 책임질 수 있는 니퍼트기 때문에 5이닝만 잘 던지고 남은 이닝은 불펜에 넘겨도 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적은 편이다.
변수는 4선발의 활약 여부다. 시범경기를 통해 봤을 때 현재 두산 4선발은 니퍼트-노경은-유희관에 이어 볼스테드가 될 것이 유력한데, 볼스테드가 이닝이터 역할을 하며 불펜 소모를 줄인다면 이재우는 불펜의 가용 자원이 풍부한 상황에 나올 수 있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투구에 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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