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가 속출하고 있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23일 마지막 4경기를 끝으로 마감되는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무승부의 증가다. 22일까지 46경기를 치렀는데 그 중 10경기가 무승부였다. 무승부가 전체 경기의 21.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시범경기에서 10경기 이상 무승부가 나온 건 올해가 처음이다.
1983년부터 시작된 시범경기 무승부는 지난해까지 총 99경기가 있었다. 연장전이 없는 시범경기 특성상 무승부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09~2011년에는 승부치기 제도를 도입해 무승부가 없었지만, 나머지 해에는 모두 무승부가 나왔다. 특히 1992년과 2006년에는 9차례 무승부로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올해는 최초로 10경기째 무승부가 나오며 혼전을 예고하고 있다. 두산이 무려 5차례나 무승부를 펼쳤고, 한화와 넥센이 각각 4차례·3차례로 뒤를 잇고 있다. 이어 SK와 NC가 2차례 무승부를 기록 중이며 나머지 KIA·삼성·LG·롯데가 1차례씩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올해 시범경기 무승부의 특징은 경기 막판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화는 지난 19일 대전 넥센전에서 9회 2사 후 김회성의 동점 홈런으로 무승부를 만든 데 이어 2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9회 2사 후 펠릭스 피에의 동점 홈런으로 패배 대신 무승부를 얻었다.
무승부가 가장 많은 두산도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과 불펜의 난조가 겹치고 있다. 넥센 역시 마무리 손승락을 비롯한 불펜이 이기는 경기를 지키지 못했다. SK를 제외한 9개팀 마무리들이 시범경기에서 다소 불안한 투구를 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무승부의 증가는 전력 평준화를 의미하는 수치가 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과거와 달리 시범경기 승부도 점점 중요성을 갖기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전력 판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올 시즌의 특징을 시범경기 무승부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위와 9위의 승차도 불과 1.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무승부가 많다고 해서 꼭 전력 평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9차례 무승부가 나온 1992년과 2006년은 순위 싸움이 아주 치열한 시즌은 아니었다. 다만 정규시즌 3위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한화가 준우승을 차지한 게 변수라면 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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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