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가 역시나 김수현 작가표 뒷심을 보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관계 변화와 발전이 쫄깃하게 펼쳐지며 그 온도가 매번 미묘하게 변한다.
여기에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제목이 과연 이 드라마의 스포일러일지 아닐지 여부도 함께 관심을 모은다.
당초 이 직접적인 제목이 드라마의 결말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는 추측을 모았다. 이미 극 중 고된 시집살이 때문에 태원(송창의)과 이혼한 은수(이지아)가 두 번째 남편인 준구(하석진)와 또 한번 결별을 겪고 다시 태원에게 돌아가는 내용이 아닐까란 예측이 가장 컸다. 그 만큼 송창의가 호감 이미지이고, 극 중 태원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 처인 은수를 못 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태원과 채린(손여은)의 관계가 삐그덕거리며 이혼 얘기가 오가고 있었고, 그런 태원은 딸 슬기(김지영)를 통해 은수와 나름 끈끈하게 관계를 이어오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 작품의 묘미다, 쉬운 예측을 벗어나게 한다.
22일 방송에서는 채린의 아픈 과거사를 보여주며 결국 태원이 그녀를 내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람 좋은 태원은 도저히 안 될 것 같던 채린의 과거를 보고나서야 마음이 흔들렸다. 가정 폭력의 대상이 됐던 채린에게 연민을 느끼며 보호본능을 느꼈다. 자기에게 사과했다는 슬기의 말에도 꿈쩍않던 그가 '불쌍한' 채린을 보자 꼭 안아준 것이다.
여기에 역시 전 처인 은수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치고, 은수의 뱃 속에 있는 한 아이의 아빠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준구(하석진)의 모습이 찡한 여운도 남겼다.
다미(장희진)와의 관계 때문에 은수가 떠나고 난 후 자주 술을 먹으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이날 방송에서 "만약 슬기와 은수를 같이 살게 했다면"이라며 모친 손여사(김자옥)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남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짱짱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모친의 말에 준구는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 허접한 놈"이라며 본인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아직 법적으로 아내라며 은수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고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으니 슬기에게 해줬던 것 처럼 목소리를 녹음해 달라는 말까지 하는 준구의 모습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이미 은수는 태원에게 마음이 없는 상태. 과연 은수가 세 번 결혼하는 상대는 누가될까. 태원일까 준구일까 혹은 제 3자, 아니면 자기 자신과의 결혼일까. 이 드라마 시작에서 '제목 때문에 김 샜다'라고 반응하던 일부 시청자들은 더 이상 투덜거릴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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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