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결여' 아이 어른 손여은 VS 성숙 꼬마 김지영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3.23 09: 43

'아이같은 어른 VS 어른같은 아이.'
요즘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의 큰 볼거리 중 하나는 새 엄마 채린(손여은)과 딸 슬기(김지영)의 대립구도다. 하지만 이 대립구도가 마냥 사납지만도, 전형적이지도 않다. 일면 애틋하고 안쓰러우며 반전의 분위기도 갖고 있기에 흥미롭다.
가장 큰 특징은 아이같은 어른과 성숙한 아이의 대결이라는 것이다. 아이같은 어른은 아이를 학대했으나 속은 상처로 가득했고, 어른 같은 아이는 어른에게 상처입었으나 스스로 치유 능력이 있을 만큼 탄탄한 내면을 자랑했다.

22일 방송은 이런 둘의 모습을 잘 보여준 한 회였다. 채린은 하교길의 슬기를 찾아가 레스토랑을 데려가서 음식을 사주며 사과했다. "내가 화를 잘 못 참아. 화가 나면 돌아버려. 너한테 잘못했는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용서해 줘, 슬기야"라며 용서를 비는 채린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이런 사과를 받은 슬기는 "아빠랑 엄마도 아줌마한테 잘해주라 했어요"라는 성숙한 답을 들려줬고, 이에 채린은 다시금 "아빠, 나랑 헤어진 다음에 네 엄마랑 결혼할 거 같지? 아줌마도 알아"라며 실망한 기색을 솔직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이내 슬기를 통해 은수(이지아)가 준구(하석진)의 아기를 낳아야 함을 깨달은 채린은 슬기에게 "아빠한테 내가 사과했다고 앞으로 잘 지내기로 했다고 말해줄래? 아빠가 너 때문에 아줌마한테 이혼하자 하는거니까. 네가 도와줘. 난 정말 이혼하기 싫거든..그러니 도와줘"라고 아이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모두 드러내며 부탁했다. 이에 슬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돌아온 채린의 말. "어? 정말? 슬기 정말 착한 애구나. 아줌마가 몰라봤어. 고마워, 슬기야."
더욱이 채린의 이런 솔직하면서도 불안정한 면모의 배경에는 폭력의 가정사가 있음이 밝혀지며 그의 캐릭터에 설명을 더했다. 왜 채린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의지하고 애정을 갈구하고 질투가 많은지. 어찌보면 덜 성숙한 하나의 인격을 보여주는 채린은 아이같지 않은 아이 슬기와 대비된다.
이날 슬기는 엄마 은수에게 준구와의 재결합을 제안했다. 실제 저런 아이가 있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다. 엄마가 새 아빠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된 슬기는 죄책감을 가졌고, 이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어졌다. 고민이 있으면 투덜거리기 보다는 혼자 삼키는 아이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어른들을 마냥 괴롭히지도 않는다. 생각의 정리를 끝낸 슬기는 밤에 엄마 방에 가서 엄마를 꼭 끌어안으며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면 되니까 엄마는 아저씨랑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은 뱃속의 아이를 위한 것.
슬기는 "나는 컸고, 엄마랑 같이 안 살아보기도 했고, 동생도 싫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아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 아이가 불쌍하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동생이 싫다는 슬기지만, "아기는 언제 나오냐?"라며 핏줄에 대한 본능적인 애틋함은 숨기지 못했다. 아빠 태원에게는 전화를 해 채린이 사과했다는 말을 들려주기도 했다.
현재 가장 갈등 상황 속에 놓여있는 이 두 인물은 이처럼 전혀 다른 캐릭터이기에 남다른 화학작용을 만들어낸다. 손여은과 김지영이 대화를 나눌 때는 어른과 아이가 아닌, 마치 두 또래 아이가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지도 큰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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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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