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카레이싱 특집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을 때, 재탕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미 4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F1 도전을 했던 이들이기에 한국에서 열리는 카레이싱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다시 헬멧을 착용하는 멤버들의 도전이 과연 흥미로울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예상하지 못한 멤버들의 승부욕은 카레이싱 특집이 선사하는 질주 본능의 짜릿함보다 더욱 기대를 품게 했다.
‘무한도전’은 지난 22일 방송된 스피드 레이서 특집 1편에서 본격적인 카레이싱 교육에 들어간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오는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참가하는 멤버들은 강원도 인제의 레이싱 서킷에서 훈련을 받았다.
초반은 4년 전 말레이시아 F1 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문 선수들의 미친 속도감에 겁을 먹는 멤버들의 모습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었다. 물론 4년 전과 달리 멤버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정식 도전이었지만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빠른 속도에 적응하는 훈련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그림을 보는 듯한 재탕 우려는 기우였다. 바로 카레이싱에 임하는 멤버들의 자세가 4년 전과 달리 더 진지했기 때문. 운전할 때만큼은 섹시할 정도로 과감한 유재석과 안정적이면서도 빼어난 감각으로 유재석과 함께 에이스로 등극한 정준하, 두 동생들의 맹활약에 1등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박명수의 경쟁은 흥미진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미 증명된 유재석의 뛰어난 운전 실력은 이번 카레이싱 특집에서 프로 선수들을 놀라게 할 만큼 발전돼 있었다. 프로 선수들이 타는 차량으로 코너를 돌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승부사적인 기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따뜻한 배려의 상징 ‘유느님’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입을 꾹 다물고 마구잡이로 운전대를 돌리고 그 어떤 스핀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재석의 질주 본능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유재석의 카레이싱보다는 빠르지는 않지만 안정적으로 라인을 탈 줄 아는 정준하의 발군의 실력, 두 사람을 씁쓸히 지켜보면서도 뛰어넘겠다고 이를 가는 박명수의 분노는 ‘무한도전’이 왜 두 번이나 카레이싱 도전에 나선 이유를 알 수 있게 했다. 질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도 일이지만 멤버들끼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박 터지는 내부 싸움이 이번 도전의 핵심인 것.
예고에서 등장했듯이 수동 기어를 운전할 줄 모르는 정형돈, 길, 노홍철, 하하가 수동 기어를 운전할 줄 아는 에이스 그룹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를 누르는 대반전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게 ‘무한도전’과 우리네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아니던가. 이미 자동 기어로 운전한 정형돈이 예상 외의 실력으로 수동 기어 박명수를 누르고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할 조짐을 보이며 예측할 수 없는 내부 경쟁의 막이 올랐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 있어도 불혹을 넘긴 박명수가 동생들의 뛰어난 실력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런 형의 마음을 헤아려 아낌 없이 박수를 쳐주는 멤버들의 배려는 ‘무한도전’이 재탕임에도 카레이싱 특집을 두 번이나 하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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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