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수비’에도 끄덕없는 류현진의 강심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3.23 13: 44

야수들의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했다. 투수가 영향을 받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류현진(27, LA 다저스)은 여전히 침착했다. ‘멘붕수비’에도 흔들리지 않은 강심장이었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2014년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동안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6-0으로 앞선 6회 마운드를 내려가 넉넉한 승리투수 요건도 챙겼다. 투구수는 87개로 조금 많았지만 시즌 첫 등판임을 고려하면 훌륭한 피칭이었다.
구속 자체가 100%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워낙 노련하게 애리조나 타선을 상대했다. 특별한 위기 없이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그런 류현진이 첫 위기에 몰렸던 것은 4회였다. 류현진이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 동료 선수들의 실책 때문이었다.

4회 선두 타자 골드슈미트와 상대한 류현진은 2루수 방면 타구를 유도했다. 약한 타구가 아니었지만 2루수 고든의 정면으로 가는 타구였다.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처리할 만했다. 그러나 고든은 마지막까지 공에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 글러브에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골드슈미트를 살려줬다. 실책으로 기록됐다.
어이없는 상황은 또 나왔다. 프라도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린 류현진은 몬테로를 유격수 방면 땅볼로 유도했다. 1루 주자 골드슈미트의 스타트가 빨라 병살까지는 어려워도 타자 주자 몬테로를 잡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타구였다. 그러나 라미레스가 2루부터 욕심을 낸 사이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사는 상황이 벌어졌다. 라미레스의 야수 선택이었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에서 1사 1,2루에 몰린 류현진이었다. 3-0으로 앞서 있었지만 신경이 쓰일 법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침착했다. 위기에서 더 강해졌다. 트럼보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하나 늘린 류현진은 파라를 76마일(122㎞) 커브를 던져 삼진을 뺏어내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5회 위기는 트레이드마크인 병살타로 넘겼다. 1사 후 투수 콜멘터에게 볼넷을 내준 류현진은 폴락을 상대로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유도했다. 이번에는 라미레스가 실수하지 않고 차분히 병살 플레이를 연결시켰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류현진의 장점이 2014년 첫 경기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올 시즌 전망에도 희망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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