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선발 마운드에 한국인 투수가 다시 섰다. 선발로 나선 류현진(27)은 2012년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점) 으로 첫 경기를 마쳤다.
다저스는 그날 0-3으로 패해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퀄리티스타트에는 성공했지만 안타를 10개나 허용할 정도로 메이저리그의 매운 맛을 봤떤 류현진이다. 병살타 유도 3개가 없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기록할 뻔했다.
그로부터 1년, 류현진의 입지는 많이 달라졌다. 2013년 류현진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3선발로 거듭났다. 평균자책점 순위는 리그 7위,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좋은 투수는 리그에 6명이었는데 그 둘이 바로 팀 동료인 커쇼와 그레인키였다.

올해도 류현진은 두 번째 선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2선발 그레인키가 아직 부상으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해서 호주에 아예 오지도 않았다. 류현진은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경기장에서 벌어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피칭을 펼쳤다. 팀 타선도 일찌감치 터져 7-5로 승리를 거두었고 류현진은 첫 승을 낚았다.
1년 전 시즌 첫 등판에서 류현진은 고전했다. 좋은 제구를 보여줬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한국에서부터 주무기로 썼던 체인지업에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쉽게 적응했다. 이후 체인지업을 더욱 갈고닦아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성공한 류현진이었다.
올 시즌 첫 등판인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많이 쓰지 않았다. 체인지업 대신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하면서 우타자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류현진이 체인지업을 최대한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이야기하는 2년 차 징크스, 즉 소포모어 징크스는 신인선수가 분석을 당하면 나타나게 된다. 투수라면 버릇이나 투구패턴을, 타자라면 약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고전하는 2년 차 선수가 많은 것이다.
류현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체인지업이다. 작년 류현진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꼽힐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애리조나도 이를 알고 대비하고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류현진은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했다. 특히 구속을 달리한 커브를 구사하는 노련함까지 보여줬다.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류현진은 작년 메이저리그 신인선수가 아니었다. 매팅리 감독도 줄곧 "올림픽 우승 경험이 있는 노련한 선수"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간까지 더한다면 올해 류현진은 프로 9번째 시즌이다. 잘 익은 포도주처럼 류현진의 노련함은 더욱 원숙해졌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