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승 5무 2패를 기록해 시범경기를 선두로 마친 두산 베어스는 전 포지션에 있어 주전은 물론 백업까지 넉넉히 대기시켜 두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도 이 두꺼운 야수진에 있다.
예외인 것은 포수다. 확고한 주전인 양의지가 홈 플레이트에 버티고 있지만, 최재훈이 돌아오기 전까지 양의지를 받칠 백업 포수 자리가 아직 미정이다. 팀의 사령탑인 송일수 감독도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로 남겨 두었을 정도로 백업 포수는 두산의 고민이다.
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김재환과 김응민은 특징이 뚜렷한 선수들이다. 시범경기 중반 이후 경기에서 모습을 보였던 윤도경이 고려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두산은 고심을 거듭해야 할 상황이다.

김재환은 타격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김응민이 7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방망이 솜씨를 보이지 못한 반면 김재환은 15타수 5안타에 볼넷도 2개를 얻었다. 특히 5개의 안타 중 홈런이 2개였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환은 라인드라이브 히터면서도 풀타임으로 기회를 보장 받는다면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포수로서의 능력에서는 김응민이 앞선다. 타격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송 감독이 시범경기 막판까지 김응민에게 계속 기회를 준 것은 수비력이 김재환에 비해 앞서기 때문이었다. 1군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1군에서 마스크를 쓴 경험으로 비교하자면 김재환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송 감독의 특성상 경쟁 초반에는 김응민이 좀 더 점수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평소 포수에 대한 송 감독의 지론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수비가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양의지라는 주전이 있기에 폭발적인 타격보다는 안정된 안방마님의 모습을 갖춘 선수가 두산에는 필요하다.
하지만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 해도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는 있다. 송 감독이 고민하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지난 15일 이후 시범경기에 출장하지 못한 호르헤 칸투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겨 팀 전체 공격력에 감소 요인이 생긴다면 팀은 방망이가 강한 포수를 활용해 이를 일정부분 메울 것이다.
결국 뚜렷한 장점과 단점을 가진 2명의 선수를 놓고 1명을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팀에 어떤 유형의 선수가 더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양의지를 포함한 라인업의 공격력이 만족스럽다면 송 감독의 선택은 김응민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김재환이 될 것이다.
결국 두산의 백업 포수 선택은 현재 팀의 라인업이 가지고 있는 공격력을 송 감독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칸투의 몸 상태와 컨디션이 백업 포수 경쟁을 좌우할 큰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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