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부셨다. 시범경기 MVP 타이틀이 있다면, MVP는 당연 LG 외야수 정의윤(28)이 될 것이다.
정의윤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타율 4할2푼9리 4홈런 10타점 장타율 .893으로 타격 4개 부문서 정상에 올랐다. 좌우 사이드암 투수를 가리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자신감과 맹훈련이 동반된 결과다. 지난해에도 정의윤은 5월부터 7월까지 타율 3할3푼2리를 기록하며 4번 타순에 배치됐다. 이 기간 동안 8경기 연속안타와 7경기 연속안타를 달성했고, LG도 상하위 타선이 톱니바퀴를 맞추며 무섭게 승리를 쌓았다. 비록 후반기 부진으로 타율이 급락했지만, 정의윤은 당시 활약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겨울 맹훈련을 다짐했다.

보통 신예 선수들이 참가하는 마무리캠프를 자청했고 스프링캠프까지 큰 부상 없이 완벽하게 소화했다. 실제로 정의윤은 “지난해 기복이 너무 심해서 아쉬웠다. 2달반을 잘치다가 너무 떨어졌다. 기복을 줄이기 위해 마무리캠프도 참가하며 겨울을 바쁘게 보냈다”고 겨울 동안 칼을 간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안 됐던 부분을 돌아보며 타격에 변화를 줬는데, 테이크백을 짧게 가져가는 데 신경 썼고 왼쪽이 빨리 열리는 것도 보완했다.
간결해진 만큼, 자연스레 상대 투수의 공에 대처할 시간이 늘어났다. 시범경기를 통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공은 커트했고, 가볍게 휘둘러 내야진을 넘기는 안타를 만들었다. 장타력도 보였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전부터 19일까지 상동 롯데전 4경기에선 4홈런을 폭발, 개인 최단시간 최다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정의윤을 신경 썼던 김기태 감독 또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 동안 “결과는 과정에 맞게 나온다. 의윤이가 겨울에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1년 전 이 맘 때만 해도 김 감독은 정의윤을 두고 “뭔가 되려고 하면 아프거나 다쳐서 제자리로 돌아간다. 정말 될듯하다가 안 된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물론 시범경기가 무조건 페넌트레이스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2002년 이승엽이 시범경기서 홈런 4개를 때린 후 페넌트레이스서 47개를 쳤고, 2008년 김태균도 시범경기서 홈런 4개, 페넌트레이스에 들어가서는 홈런 31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박병호 또한 시범경기 4홈런-페넌트레이스 37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정의윤이 2014시즌 홈런왕이 되는 것을 예상하는 게 아니다. 정의윤 역시 “홈런보다는 타점을 올리고 싶다”며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부분을 분명히 했다. 한 때 LG 유일의 우타거포라 불리며 받았던 부담도 “이제 홈런 스트레스는 없다”고 단호함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일련의 과정들이 2014시즌 정의윤의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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