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광현(26, SK)과 양현종(26, KIA)이 비상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동갑내기 두 투수가 개막전 마운드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4년 시범경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전반적으로 투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48이었던 전체 평균자책점은 4.83까지 뛰며 투수들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선보인 투수들은 어김없이 있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바로 김광현과 양현종이다.
두 선수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다. 김광현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17승을 거둔 2010년은 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양현종도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따내며 류현진(현 LA 다저스) 김광현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를 이뤘다.

2011년과 2012년에 부진했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 있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에 시달렸고 양현종도 잔부상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2년 동안 김광현은 12승, 양현종은 11승에 그쳤다. 지난해 재기의 발판을 놨다는 것도 비슷하다. 김광현은 어깨 부상에서 탈출하며 10승 투수 대열에 복귀했다. 양현종은 전반기에만 9승을 거뒀고 부상 이전 까지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김광현은 더 이상 어깨가 아프지 않다. 양현종도 건강한 몸 상태로 시즌을 조준하고 있다. 이런 가벼운 발걸음은 시범경기 성적에서도 나타났다. 김광현은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일정 중간에 가진 팀 자채 홍백전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양현종은 3경기에서 아예 자책점이 없었다. 시범경기 전체 투수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을 냈다.
두 선수의 비상은 팀에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14승을 올린 크리스 세든(요미우리)이 떠난 SK, 에이스 몫을 했던 윤석민(볼티모어)이 꿈을 향해 미국으로 날아간 KIA 모두 선발진에 누수가 있다. 두 선수가 좋은 모습을 시즌 내내 보여주며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페이스가 더할 나위없이 좋으니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류현진의 이탈 이후 ‘리그 에이스’가 줄어든 프로야구 전체로서도 두 선수의 몫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처럼 비슷한 길을 밟아오고 있는 두 선수가 나란히 개막전에 등판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김광현은 이미 개막전 선발로 일찌감치 예고됐다. 시범경기부터 개막전 선발 등판을 맞춰놓고 일정을 진행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22일 문학 두산전에서 3이닝만 던진 것도 이 연장선상이다. 시범경기 최종전이었던 23일 잠실 LG전에서 5⅓이닝을 던진 양현종도 산술적으로는 개막전 출발이 가능하다. 데니스 홀튼과 송은범이 경쟁하지만 시범경기 구위만 놓고 보면 양현종이 가장 좋아 낙점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잔치가 된 개막전 선발 구도에서 두 선수가 반격의 공을 던질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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