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 다저스 불펜,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4.03.25 06: 13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저 선수 잘하는 거 같은데 왜 또 안 나와?”
오래 전 프로야구가 막 생겼을 때 지방의 어떤 구장 관중석에 앉아 있다 들은 얘기다.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런 질문을 한 건 남자친구 옆에 있던 어떤 젊은 여성이었다. 조금 아까 나와서 시원한 안타를 날렸던 선수가 이번에 공격할 때는 덕아웃에 앉아만 있으니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경기가 끝나기 전 이미 커플이 사라진 것을 알고 ‘난 여자 친구 생겨도 룰 모른다고 하면 절대로 야구장에는 데려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속터지는 것이 마누라 운전 가르치기라고들 하지 않는가. 적어도 내겐 운전보다 훨씬 복잡한 야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LA 다저스가 호주 시드니에서 애리조나와 개막 2연전을 가졌다. 무엇보다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나라에 야구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메이저리그 시장을 확대하자는 의도가 큰 이벤트였다.
미국 미디어를 보면 이번 시리즈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저지를 입은 사람들, 이틀 동안  8만 여명이 들어찬 관중, 현지 미디어의 관심 등등이 보도됐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23일의 경기 시간이다. 개막전이던 22일 경기는 비로 인해 14분 지연되다 시작했지만 2시간 49분만에 끝났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던 23일 경기도 중반까지는 잘 흘러갔다. 하지만 6회 이후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4시간을 넘기고(4시간 1분)말았다. 
물론 주범은 다저스 불펜이다. 돈 매팅리 감독은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류현진 대신 불펜 투수들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전날 커쇼에 이어 던진 크리스 페레스-브라이언 윌슨-켈리 잰슨의 필승 이어던지기조가 아닌 롱 릴리프 등 여유있는 상황에서 등판할 면면들이 앞장섰다.
 
경기는 이미 넘어온 상황이었지만 등장하는 투수들은 답답한 피칭을 계속했다. 타선이 7회까지 2점을 추가, 7-0을 만들었음에도 다저스 마운드는 여전히 분주했다. 모두 7명이 투입돼야 했다. 이 중에는 5선발이 유력한 폴 마홀름도 있었고 좌완 스페셜리스트이자 역시 필승계투조인 J.P 하웰 심지어 마무리 잰슨까지 동원됐다. 이들 중 한 타자를 상대해 삼진을 잡은 마홀름을 제외하고 모두 상대에게 진루를 허용했다. 
이 상황과 관련 돈 매팅리 감독은 2연전 승리가 좋은 시작이라고 하면서도 깔끔하게 두 번째 경기를 끝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은 “정직하게 말하면 답답한 경기였다. 시즌 중에도 이래서는 안된다. 우리는 애리조나에 추격을 허용했고 마무리까지 투입해야 했다. 이렇게 이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매팅리 감독은 승부때문에 답답했을 것이지만 구경하던 현지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루함에 답답해 했을 것 같다. 야구라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경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초보 팬들이 어떻게 흥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안 그래도 전날 야구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럭비와 달리 비가 조금 와도 못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준 뒤다. 낮 경기여서 다행이지 전날 처럼 오후 7시에 열렸다면 어쩔 뻔 했나. 호주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 보다 일찍 잔다. TV로 지켜보다 ‘이러다 류현진 승리 날아가는 거 아냐’고 가슴 졸여야 했던 한국 팬들의 답답함은 별론으로 쳐도 말이다.
다저스 불펜 여러분 왜 그러셨어요? 앞으론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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