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의 미친 선방, 분석과 노력의 결과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3.24 10: 07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이범영(25, 부산)의 슈퍼세이브에는 눈물 어린 노력이 숨어 있었다.
부산 아이파크는 2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홈팀 FC서울을 1-0으로 물리쳤다. 페널티킥을 두 번이나 막아낸 부산의 골키퍼 이범영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 그는 전반 32분 오스마르, 후반 33분 김진규의 슛을 두 번이나 정확하게 막아냈다. 단순한 우연이나 동물적 감각이 아니었다.
우선 이범영은 키커가 공을 차기 전에 다가가 신경전을 건다. 195cm의 덩치로 위압감을 주고 공을 뺏어 키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한다. 이범영은 “내가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아 상대에게 위협을 주려고 한다. 아무래도 상대방이 좀 더 골문을 작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단계는 철저한 분석이다. 이범영은 K리그 선수 대부분의 슈팅궤적, 슈팅방향과 슈팅발 등 다양한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다. 기회가 오면 컴퓨터처럼 꺼내 쓴다고. 수십 년 간 쌓아온 선수들의 습관은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이범영은 “K리그 선수들이 주로 차는 코스나 장점, 주로 쓰는 발을 분석한 자료를 머릿속에 전부 넣고 있다. 오스마르는 새로 온 선수라 머릿속에 분석한 내용이 없었다. 오스마르가 주로 즐겨하는 코스가 그쪽이라 생각하고 막았다. 김진규는 적중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단계는 긍정적 마인드였다. 이범영은 “승부차기는 전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키퍼가 막을 확률이 훨씬 더 적으니 내가 막는다면 훨씬 더 좋은 상황이 온다. 페널티킥은 골키퍼만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하다 보니 잘 된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PK만 하면 죄인이 되는 다른 골키퍼와는 발상부터가 달랐다.
철저한 분석과 노력, 여기에 195cm의 장신과 동물적 감각까지 더해진 이범영은 페널티킥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범영도 국가대표팀에 가면 김승규와 정성룡에 가려진 3인자에 불과하다.
이범영은 “언제나 난 묵묵히 노력하고 있다. 뒤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정성룡과 김승규에게) 도태됐다고 생각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을 갈고 닦으면 내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기회가 오면 잡을 확신이 있다”면서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시위를 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다. 특히 결정적인 페널티킥 상황이 온다면 이범영이 골키퍼 장갑을 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묵묵히 노력하는 이범영에게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 같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