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있다. '기황후' 임주은이 악한 본색을 드러낸 지 얼마되지 않아 하지원의 적이자 주진모의 배신자인 줄만 알았던 유인영이 사실은 하지원에 포섭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그 뿐인가. 지창욱의 충실한 심복 조재윤이 사실은 매박상단의 수령일지도 모른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어느새 네티즌을 형사로 만드는 이 사극의 팔색조(?) 매력. 그 반전이 오싹할 정도다.
24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은근슬쩍 귀비인 기승냥(하지원 분)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 황후 바얀 후투그(임주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기승냥은 황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연철(전국환 분)이 숨긴 비밀자금을 찾는 데만 사력을 다했다. 이미 황후 못지 않은 권력을 차지한 이상, 그와 궁중암투를 벌이는 것보다 자금을 확보해 힘을 기르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바얀 후투그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교묘하게 황태후(김서형 분)와 기승냥의 사이를 이간질했다. 갑작스럽게 조례를 연 그는 기승냥에게 입바른 소리로 아부를 하며 "나 대신 조례를 맡아달라"고 간청을 했다. 기승냥은 법도에 어긋난다고 거절했지만 바얀 후투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그는 곧 뒤돌아 서 자못 공포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날 노려보는 눈빛을 보았는가. 기귀비가 무언으로 나를 협박했다"며 "난 귀비가 두렵다. 황후를 포기하려면 했지 귀비와 맞서 싸울 용기가 안 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기승냥으로부터 괴롭힘이라도 당한 것처럼 굴었다.
황태후의 사람들인 서상궁(서이숙 분)과 연상궁(윤아정 분)이 이 기회를 놓칠리 없었고 이들은 "황후가 너무 어질다"라고 한탄하며 이 모든 사실을 황태후(김서형 분)에게 일러바쳤다. 분개한 황태후는 기승냥을 찾아와 그가 황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꾸짖으며 "자네에게 줬던 모든 권한을 황후에게 내어줄 것이다. 휘정원 장부와 인장부터 내달라. 앞으로 매사에 황후의 명을 공손히 받들고 충실히 따르라"고 명했다.
뒤에서 어부지리 이득을 노리고 웃는 이는 바얀 후투그였다. 그는 "황새와 조개가 싸우면 어부가 이득을 얻는 법. 어디 한 번 기씨 년과 싸워보시지요. 태후마마"라고 말하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반전의 주인공은 바얀 후투그로 끝나지 않았다. 기승냥을 적대시 하며 그와 함께 연철의 비밀자금 찾기를 반대하는 연비수(유인영 분)도 결국엔 기승냥의 묘안에 넘어가 한 편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왕유(주진모 분)와 함께 기승냥을 만난 연비수는 기승냥이 팔팔왕 노래를 해석해 비밀자금의 출처를 찾아내자 어쩔 수 없이 기승냥과 함께 비밀자금을 찾는 것을 수락하는 듯 굴었다. 이어 그는 백안(김영호 분)에게 접촉, 자금의 출처를 알려주겠다며 조건을 내걸었고 그렇게 왕유와 기승냥을 동시에 배신하는 듯 보였다.
사실 이는 기승냥과 연비수가 짜 놓은 시나리오였다. 자금의 출처를 알게 된 기승냥이 연비수를 이용해 자신 외에도 비밀자금을 찾고 있는 백안과 당기세 등의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려 한 것. 기승냥의 묘책은 적절하게 맞아 들어갔고 백안과 당기세는 모두 연비수가 이르는 대로 주석 광산에 비밀자금이 있다 생각해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인영의 반전도 엄청났지만, 그만큼 놀라운 것이 골타(조재윤 분)의 반전 가능성이다. 골타는 현재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매박상단 수령의 진짜 정체로 의심받고 있다. 의심의 단서가 된 것은 아주 작은 신에서였다. 이날 매박상단의 수령은 가면을 쓴 채 연비수의 앞에 얼굴을 드러냈고, 당기세를 살려두라 명했다. 이후 장면에서는 곧바로 골타가 황궁 입궁이 늦어져 황제 타환(지창욱 분)에게 "요즘들어 부쩍 게을러졌다"며 혼이 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골타가 비밀리에 매박상단 수령으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의심을 해 볼만한 단서가 제공된 것.
매박상단의 수령은 그간 죽은 연철(전국환 분)에게 자금을 대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 그런 매박상단의 수령이 진짜 골타라면 충격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단,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골타가 어떤 경위로 원래 있었던 수령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이 됐든 타환의 충실한 심복인 줄만 알았던 골타에게 반전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사실이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극을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eujenej@osen.co.kr
'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