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밀회’ 김희애·유아인,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OSEN 오민희 기자
발행 2014.03.25 07: 23

종편 드라마에서 또 한편의 수작이 탄생했다.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의 랑데부만으로도 화제가 된 드라마 ‘밀회’다.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예리하게 그려진 이 드라마는 김희애와 유아인의 소름끼치는 명연기가 더해져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 3회에는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의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공개돼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선재의 솔직한 고백부터 기습키스까지. 스무살 선재는 위태로우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퀵배달을 하던 선재는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봐 준 혜원에게 각인된 상태. 그는 갓 부화된 병아리가 어미닭만을 따라다니는 것처럼, 혜원만을 맹목적으로 섬겼다. 선재는 “제가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로”라고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선재는 “퀵배달을 하다보니까 매일 매일 모르는 사람을 만난다. 다들 저에게 관심도 없고 저도 관심이 없다. 근데 선생님께서는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하셨고, 또 제가 어떤 놈인지 관찰도 하시고. 어떻게 사는지도 물어보시고. 저랑 같이 연주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저는 그날 다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에요. 제 영혼이 거듭난거죠”라고 혜원에게 각인됐음을 설명했다.
이토록 거침없는 스무살 선재의 고백이 다소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한 설렘을 느끼기 시작하는 혜원. 특히 혜원은 자신의 발이 예쁘다고 칭찬한 선재의 고백을 떠올리며 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발이 더욱 예뻐 보일 수 있도록 패디큐어를 했다 지웠다를 반복한 혜원의 행동은 선재 때문에 겪는 혼란한 심리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머리로는 나이와 신분차를 뛰어넘는 금지된 로맨스임을 잘 알고 있지만, “예쁘다”는 칭찬에 본능적으로 기쁨을 느끼는 여성의 심리가 섬세하게 담겼다.
그러나 술술 풀리는 것 같던 선재의 꿈은 어머니의 사고사로 인해 산산조각 났다. 대학입학시험 실기고사를 보지 못해 대입에 실패한 것은 물론, 혜원의 칭찬으로 푹 빠졌던 피아노를 처분하며 꿈마저 지워버렸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엄마에게 툴툴거렸던 아들은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자신이 얼마나 철없고 못된 아들이었는지를 깨닫고 펑펑 눈물만 쏟았다.
그래서 도망쳤다. 선재가 제 아무리 천재라도 2년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이에 선재를 이용해 입시 비리 의혹을 감추려 했던 강준형(박혁권 분)은 싸늘하게 조소했지만, 선재가 안쓰러운 혜원은 리흐테르 회고담을 선물하며 방황하는 선재를 응원했다.
이로 인해 또다시 고뇌에 빠진 선재. 그는 한달음에 서울로 올라와 혜원과 마주했다. 혜원은 “흔들렸으면 됐다. 그러라고 보냈어. 네 재주가 아까워서. 아직 많이 힘들구나”며 선재를 위로, 선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그러나 선재는 “하지 마세요. 내가 돌아버리잖아요”라고 당돌하게 말한 뒤 혜원을 포옹, 격정적인 키스를 퍼부어 위험한 로맨스를 예고했다.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도 캐릭터의 섬세한 심리가 촘촘하게 연출된 ‘밀회’. 극 중 사제지간으로 분하는 김희애와 유아인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 켜켜이 쌓인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스무살 나이차가 무색한 진짜 배우들의 만남은 자극적인 소재도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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