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롯데의 개막전이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으로 관심 집중되고 있다.
지난 24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는 감독들의 개막전 선발 깜짝 발표로 시선을 모았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디펜딩 챔피언' 삼성 류중일 감독은 KIA와 개막 2연전 선발투수로 각각 윤성환과 릭 밴덴헐크를 예고했고, LG 김기태 감독은 두산과 개막전 선발로 두산에서 건너온 김선우 카드를 꺼내드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두산 송일수 감독이 예상대로 더스틴 니퍼트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고, 넥센 염경엽 감독도 SK와 개막전에 나설 투수로 앤디 밴헤켄을 발표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SK 이만수 감독도 개막전 선발로 이미 김광현을 꼽은 상태. 개막전에 나설 8개팀 중 선발을 발표하지 않은 팀은 KIA와 함께 한화와 롯데 3개팀 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화와 롯데였다. 두 팀은 오는 29일 사직구장에서 개막전을 갖는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개막전 선발을 놓고 한화 김응룡 감독과 롯데 김시진 감독이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아직 개막전 선발을 정하지 못한 김시진 감독은 굳이 선발을 발표하지 않았고, 이에 김응룡 감독이 살짝 자극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역시 입을 닫았다.
김시진 감독은 "선발투수는 죄송하다. (개막전이 열리는) 29일날 보여드리겠다"고 먼저 말했다. 롯데는 송승준, 장원준,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 등 선발로 나설 수 있는 후보가 많다. 개막전 선발투수는 전날 정오 즉 28일 12시까지만 KBO에 통보하면 되기 때문에 아직 결정의 시간이 더 남았다. 김시진 감독은 조금 더 심사숙고해서 개막전 선발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자 김응룡 감독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감독은 "개막전 선발을 밝히려고 했는데 김시진 감독이 발표를 안 했기 때문에 예의상 발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행사장에 모인 팬들에게 "밝혀야 되겠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김시진 감독은 "죄송하다. 시범경기 꼴찌였다"며 선발을 끝내 말하지 않았고, 김응룡 감독도 "옆에서 밝히지 말라고 한다"고 끝맺었다.
한화는 자체적으로 이미 개막전 선발을 낙점한 상태. 만약 롯데에서 먼저 개막전 선발을 공개했다면 시원하게 말할 계획이었지만 상대가 패를 꺼내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 양 팀 모두 개막전 선발을 발표하지 않은 팀은 한화-롯데 뿐으로 두 팀의 개막전 맞대결이 더욱 흥미를 끌게 됐다.
한화는 롯데와 기묘한 인연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개막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3년은 한화가 모두 롯데에 패했다. 한화의 고질적인 시즌 초반 부진은 따지고 보면 롯데전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영향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개막 2연전 모두 끝내기 패하며 13연패의 악몽이 시작됐다. 지난해 롯데전 상대전적도 2승14패로 뒤졌는데 14패 중 8패가 1점차였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올해 만큼은 롯데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각오. 김응룡 감독도 "과거의 패배는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 이기면 된다"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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